강남 부동산 갑부를 사칭해 인사동 상인들로부터 고려청자 등 골동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종로구 인사동 일대에서 골동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에게 강남 부동산 갑부로 위장해 부동산과 골동품을 교환하자고 속여 시가 30억원 상당의 골동품을 가로 챈 박모씨(67)와 범행을 도운 골동품 상인 민모씨(51)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박씨가 가로챈 골동품이 장물인 줄 알면서도 이를 담보로 수천만원을 대출해준 골동품 업자 김모씨(49)등 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는 지난해 7~8월에 인사동 골동품 상인들에게 자신이 강남에서 수백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자산가 송모씨라고 소개한 뒤 “내가 보유한 땅과 골동품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실제 박씨가 사칭한 송씨는 실존 인물로 상당한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송씨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자신의 신분을 속였고, 송씨가 실제 보유한 부동산의 가짜 등기증명서를 상인들에게 보여주면서 신뢰를 쌓았다. 박씨는 이같은 방법으로 상인에게 조선백자 달항아리 1점을 받아냈다. 나머지 3점은 사전 감정을 핑계로 보관 장소를 미리 파악한 뒤 상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직접 훔쳐 달아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빼돌린 도자기를 김모씨 등 골동품 상인 4명에게 각각 담보로 맡기고 3억1000만원을 대출받아 유흥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씨가 빼돌린 골동품 4점 중 3점은 회수해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을 의뢰했다. 나머지 1점은 가장 고가로 추정되는 고려시대 진사화병으로 현재 소재를 파악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범행이나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