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봉 기자 ]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경영목표를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사업 재배치’로 정했다. 증권업계가 기존의 사업모델로는 극복하기 힘든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게 우리투자증권 경영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관성적으로 하는 사업은 없는지, 성장성 없어 도태된 사업은 없는지 하나하나 따져보고 사업 전반을 뜯어고치겠다는 취지다.
대표적인 게 지점이다. 과거에 비해 지점을 찾는 고객의 숫자가 급감하고 요구하는 상품 수준도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지점에선 관행적으로 인원을 배치해 비슷한 상품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 법인도 ‘남들이 하니깐 우리도 한다’는 식으로 사업을 해온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증권업계 수익성이 계속 하락 추세란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제한적인 사내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분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쪽으로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사업 재배치의 방향
우리투자증권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사업을 재배치할 방침이다. 첫째는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배치, 둘째는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재배치, 셋째는 전통적 비즈니스의 수익성을 높이는 재배치다.
지난달 31일 단행한 우리투자증권의 조직개편은 이런 3가지 관점의 재배치를 잘 보여준다. 우선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은행(IB) 사업부 내에 프로덕트세일즈(Product Sales) 본부를 신설하고 그 밑에 투자금융부와 신디케이션부를 두기로 했다. 이를 통해 IB 부문에서 기업과 사모펀드(PEF) 등 고객들에게 제안할 수 있는 상품군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최근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되면서 대형 증권사도 기업 대출이 가능해짐에 따라 IB 서비스와 연계한 기업 대출 상품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장기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이 부문 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전략이다. 또 해외채권이나 주식,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등 해외 상품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표적인 조치로는 트레이딩 부문 강화가 있다. 이를 위해 기존 트레이딩 사업부를 에쿼티 트레이딩(Equity Trading·주식 운용)과 FICC(채권·통화·상품) 사업부로 나눠 상품별 운용 전문성을 강화했다. 앞으로 자기자본투자(PI)를 중장기적으로 늘리고 PEF 관련 비즈니스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한계에 부딪힌 전통적 비즈니스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신규 사업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스마트 인베스터 같은 정보기술(IT) 솔루션 기반의 영업을 강화하고, 모바일 채널을 확대해 수익 기반을 다양화한다. 기관 영업 부문에서는 ETF, 해외주식 중개 등 기존의 주식 브로커리지를 대체할 신규 수익원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NH금융그룹 영업망 활용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NH농협금융 산하에 들어가면서 영업 부문의 시너지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상품 판매에서 강점을 발휘할 전망이다. IB 관련 비즈니스를 하면서 파생되는 다양한 상품과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자체 개발 상품들을 NH농협은행이나 NH-CA자산운용 등을 통해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품 판매 능력 측면에서 기존의 우리자산운용보다 NH-CA자산운용이 더 강점이 있다”며 “우리투자증권은 상품 판매 확대, NH-CA자산운용은 상품군 다변화 등의 윈윈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단위 농협들도 우리투자증권의 자문이나 상품 판매 등을 통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적 시너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전체 지점의 73%가 지방에 있다. 서울 중심권인 사대문 안에는 점포가 아예 없다. 반면 우리투자
증권은 강남 등 서울 중심권역에 거점 점포를 두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브랜치-인-브랜치(BIB) 전략을 통해 NH농협은행과 우리투자증권 지점을 동시에 운용하면 서로 취약한 지역에 자연스럽게 진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