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족 이해승 땅은 親日재산" 고법, 원심 깨고 '환수 정당' 판결

입력 2014-01-08 21:01
수정 2014-01-09 03:44
[ 양병훈 기자 ]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최규홍)는 일제로부터 귀족 작위를 받은 이해승 씨의 손자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친일재산 확인 결정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8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철종의 생부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씨는 1910년 일본 정부로부터 후작 작위와 함께 은사금 16만8000원(수십억원 상당)을 받은 것이 드러나 친일 인사로 지목됐다.

이씨 소유 서울 은평구 일대 12필지도 ‘친일·반민족 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환수가 결정됐지만 땅 소유권이 넘어가 토지 매각 이익이 환수 대상이 됐다. 이씨 손자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친일행위는 인정되지만, 은평구 일대 땅을 친일 재산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일합병 후 일제가 황실 종친 포섭 차원에서 왕족 대부분에게 작위를 수여했기 때문에 이씨가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았다고 볼 수 없으며 이를 근거로 한 친일 재산 확인 결정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대법원이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것이 인정되지 않으면 재산 환수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국회는 2011년 작위만 받았더라도 재산 환수가 가능토록 특별법을 개정했다. 재산이 환수될 처지에 놓인 이씨의 손자는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냈으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합헌 결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헌재가 합헌 결정한 개정법에 따라 해당 토지는 친일재산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개정특별법 시행 이전에 토지가 양도돼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씨 손자의 주장에 대해선 “재산 처분으로 얻은 이익을 대신 환수하는 것으로 특별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