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선시대 직업선호로 돌아간 21세기 한국

입력 2014-01-08 20:29
수정 2014-01-09 04:19
지난해 공무원 시험과 초·중등 교원 임용고시를 치른 수험생이 34만5706명에 이른다고 한다.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 인원만 20만4698명으로 처음으로 20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취업 준비층 가운데 46.5%가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공시족(公試族)이라는 통계도 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대졸자이다. 이들 공시족이 들끓는 서울 노량진이나 신설동 학원가 주변은 아예 불황의 무풍지대다.

이웃 일본의 공시족 경쟁률은 기껏해야 10 대 1 남짓이다. 한국의 9급 공무원 경쟁률 74 대 1과 천양지차다. 독일은 오히려 마이스터에 도전하려는 젊은이로 넘쳐난다. 직업학교인 하웁트슐레와 레알슐레에 입학하는 초등학생들만 60%에 이른다. 이들은 직업학교를 마치고 직장 근무를 하면서 한 해에 평균 2만2000명 정도를 선발하는 마이스터 시험에 도전한다. 물론 마이스터는 기술을 익히고 독일의 장인정신을 산업 현장에서 직접 체득해야 얻을 수 있는 개인의 명예다. 그 마이스터가 지금 세계 모든 국가가 벤치마킹하려는 독일 산업의 심장이자 영혼이다.

독일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보다 활력이 죽어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청년들이 그렇게 공무원만 되려고 난리 치는 국가다. 공무원들의 단순한 업무를 대졸자로 채운다는 것 자체가 인력자원 배분의 크나큰 왜곡이자 손실이다. 기업가정신은 사라지고 청년들은 보신과 안정만 택한다. 꿈을 상실한 사회다. 창업에 뜻을 가진 청년층이 1%도 되지 않는다는 통계 자료는 이 사회에 그림자를 더욱 짙게 드리운다.

이명박 정부가 마이스터고를 육성하고 고졸취업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왔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온데간데없다. 올해 공기업 고졸 채용은 작년보다 줄어든다고 한다. 명분과 체면치레에만 빠져 있는 대한민국이다. 검박, 실용, 실무, 기술 등의 단어는 사농공상의 나라에서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정치가와 법조인들은 상인과 기업가를 족치는 데 아주 이골이 났다. 이게 21세기 대한민국의 신주자학적 사회의 풍경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