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제지감…금융위기 때 발행한 채권 금리 확 낮춰 롤오버

입력 2014-01-08 15:52
수정 2014-01-08 15:56
2009년 1월 13일 새벽.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전화 한 통을 받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20억달러의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2008년 미국 대형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시작돼 채권 발행시장은 개점폐업 상태에 빠졌다. 누구도 채권을 사려고 하지 않았다. 외신들은 한국이 다시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입은행의 채권 발행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에 6.25%포인트를 더 붙여줘야 했지만 금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 때 상황을 간직한 채권이 이번 달 만기가 돌아와 차환 발행을 하게 됐다. 금리는 5년 전보다 크게 떨어졌다.



수출입은행은 1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을 발행했다고 8일 밝혔다. 윤희성 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장은 “이번 채권은 2009년에 판매한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차환 발행을 한 것”이라며 “금리는 5년 전보다 연 5% 이상 낮게 결정됐다”고 말했다.



채권은 2종류로 발행됐는데 미국 달러 리보 금리에 0.75%포인트를 더하는 변동금리 채권 7억5000만달러(3년 만기)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에 가산금리가 1.125%인 고정금리물 7억5000만달러(10년 만기)다. 채권 발행에는 365개 기관에서 64억달러의 주문이 들어왔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당시에는 발행에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경사였는데 지금은 더 좋은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니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채권 발행을 주도했던 당시 진동수 수출입은행장은 2009년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한편 산업은행도 다음 주 쯤 수출입은행과 비슷한 시기에 발행했던 5년만기 글로벌 채권 20억달러에 대해 금리를 크게 낮춰 차환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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