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저성장-3만달러 넘어 4만달러로] 수출 끌고 내수가 밀어야…소득 3만弗 찍고 5년내 4만弗 '점프'

입력 2014-01-07 20:56
수정 2014-01-08 04:02
(1) '골든 디케이드'가 온다

저성장 고착 땐 또 선진국 문턱서 좌절
향후 10년 경제체질 개선에 총력전 펴야


[ 서정환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은 성장전망이나 인구 등을 종합해 볼 때 2017년께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한국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내총생산(GDP) 통계방식 변경과 원·달러 환율 등의 요인이 작용할 경우 달성 시기가 1년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는 향후 3년 뒤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배경이다.

○4만달러 도달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잠시 3만달러를 맛본다 해도 지금처럼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2~3%대 저성장이 고착화될 경우 선진국 문턱에서 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경고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향후 10년을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골든 디케이드(golden decade·황금의 10년)’로 잡고 4만달러대 선진국 도약을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MF의 예상대로 2017년께 3만달러에 도달할 경우 한국 경제는 2007년 이후 10년 만에 2만달러 시대를 졸업하게 된다. 4년 만에 3만달러로 불어난 일본 스웨덴보다는 늦지만 4만달러를 경험한 주요 9개 선진국(인구 1000만명 이상) 평균도 10.4년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크게 늦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9개 선진국은 또 3만달러를 넘은 지 4.7년 만에 4만달러에 도달했다. 한국이 이들처럼 과연 5년 만에 4만달러 시대에 안착할 수 있을까. 한국은 현재 4만달러대 선진국과 비교해 재정 건전성과 경상수지 부문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데 대한 우려가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 잠재성장률은 2010~2019년 3.6% 내외에서 2020년대 2.5% 안팎, 2030년대는 1.5% 내외로 낮아질 전망이다.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인 인구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낮은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세 전환 등이 큰 부담이다. 통계청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줄어들고 전체 인구도 2030년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의 또 다른 변수인 연구개발(R&D) 투자도 녹록지 않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한국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GDP 대비 R&D 투자 규모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어서 추가로 늘릴 여력이 크지 않다”며 “오히려 OECD 평균치를 훨씬 밑도는 R&D 투자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관건은 역시 내수

GDP를 구성하는 지출항목에서도 수출과 내수 간 불균형이 심각하다. 한국 경제는 지난 20여년간 꾸준히 수출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왔다. 한국의 GDP 대비 무역의존도는 1990년 49.9%였으나 2000년 62.4%로 높아진 데 이어 2012년엔 109.9%까지 치솟았다. 반면 내수는 앞으로도 소득분배 악화와 가계부채 문제, 인구 감소 등으로 더욱 쪼그라들 가능성이 있다. 오 교수는 “내수 빈곤 심화로 한국 경제의 대외 취약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미국 양적완화 조기축소(테이퍼링)나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외풍이 또다시 불어 오면 성장률이 뚝 떨어질 수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소 경제연구부문장은 “내수기반 확충이 국민소득 증대를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수출이 마냥 커질 수 없는 만큼 내수 뒷받침 없는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는 헛된 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