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를 만드는 한 중소기업이 한국소비자연맹으로부터 기준에 미달한다는 평가를 받아 수출길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는 게 한국경제신문의 보도(6일자)다. 이 업체는 앞서 해외 거래처가 원하는 사양을 충족하고, 국내 인증기관의 합격까지 받았지만, 소비자단체의 기준 미달 발표로 해외업체가 주문을 취소할 지경이 됐다. 문제의 평가보고서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우수 중기 제품을 알리기 위해 소비자단체에 자금을 지원해 만든 것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소비자단체들이 발표하는 ‘컨슈머 리포트’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게 요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시작한 때부터 주먹구구식 평가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평가대상 업체 선정이 너무 자의적이고, 가격 성능 등 평가기준이 제멋대로인 탓이다. 어떤 소비자단체가 어떤 기관에 평가를 의뢰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고 업체들은 하소연한다. 이번 공기청정기 성능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 벤타의 에어워셔란 제품은 공기청정기가 아닌데도 엉뚱하게 평가대상에 포함됐고, 결과는 기준 미달이었다. PVC 바닥재, 로봇청소기 등 평가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업계에서는 평가기준이 뭐냐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국내외 업체들의 상품을 비교 평가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원가도 모르면서 가격 차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하물며 자의적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품질·성능을 평가하는 것은 왜곡된 정보 생산에 불과하다. 소비자를 오도하고 멀쩡한 기업을 잡는 결과가 우려된다. 공신력이 없는 컨슈머 리포트는 악의적인 정보를 유포하면서 기업을 위협하는 블랙컨슈머나 일부 불량 파워블로거들과 다를 게 없다. 공정위나 중진공이 소비자단체에 자금을 대주는 현재의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 컨슈머 리포트를 주도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