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주, 1년 장사 펼치기도 전에 '울상' … '엔저 공습' 피할 업체는

입력 2014-01-06 15:28
[ 이민하 기자 ]
기계주들이 연초부터 울상을 짓고 있다.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 흐름이 맞물리면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계업종 내 환율 민감도가 낮은 일부 업체들의 경우 세계 경기 회복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2원 오른 1065.4원을 기록했다. 외환시장 마감 무렵 일본 엔화는 달러당 104.32엔에 거래됐다. 원·엔 재정환율은 1021.57원을 나타냈다.

국내 기계업체들의 경우 환율로 수익성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기계업종의 업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미 달러화 대비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된 탓에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상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5엔에 이르러 지난해 85엔부터 100엔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던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며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 이하로 평가 절하돼 다이킨, 구보타, 후지중공업 등 일본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강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경쟁관계인 한국업체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기계업종 중 일본업체와 경합도가 높은 분야는 건설과 공작 기계다. 이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나 현대중공업 등 건설기계 업체의 실적은 실제로 환율 변동과 동행하는 모습이 강했다" 며 "공작기계업체 역시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맞물리는 시기에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계업체가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관련 국내 부품공급업체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원화 강세로 때문에 일본 내 업체와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반면 환율 민감도가 낮거나 일본업체와 경쟁이 강하지 않은 분야의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기계업종 내 분야는 항공부품, 철도차량, 방위산업, 전선 등이다.

항공부품 분야의 경우 환율 이슈가 큰 변수가 안 될 것이란 분석이다. 과거 한국항공우주의 실적을 보면 원화 강세 흐름에도 분기 실적이 우상향 추세를 이어갔다. 올해는 세계 경기 개선세에 따라 항공기부품 매출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것.

철도차량 분야는 환율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지만, 일본 경쟁업체 대비 우위에 있다는 게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 연구원은 "현대로템은 기계업체 중에서 일본업체를 압도하는 경쟁력을 확보한 몇 안되는 업체 " 라며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초기 저가 수주 분들이 지난해를 끝으로 종료돼 향후 수주 조건을 살펴볼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