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Ownership 내집마련
Out of Seoul 전세난민
Rent·Remodeling 월세증가·리모델링
Small 소형 주택 강세
Expectation 집값 상승 기대감
[ 김하나 기자 ]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각종 부동산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시기다. 청말띠의 푸른색처럼 부동산 시장에 청신호가 켜질지 기대된다. 취득세가 영구 인하됐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가 폐지되면서 주택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도 펄쩍 뛰어오르는 말처럼 작년보다 40%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난이 지난해에 이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르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는 월세로 전환하거나 서울 외곽으로 나가서 내집 마련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형 아파트의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존의 오래된 내 집이라면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리모델링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집값이 반등할 여지가 상당하다”며 “수도권 주택 시장의 경우 집값이 상반기에 바닥을 찍고 소폭 오름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말의 해를 맞아 ‘말(HORSE)’을 키워드로 올해 부동산 시장을 진단했다.
◆H(House Ownership·내 집 마련)
올해는 분양시장에서 작년보다 40%가량 증가한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가 주택건설사 202곳을 상대로 ‘2014년 주택 공급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전국에 공급되는 물량은 총 17만3868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조사한 공급 계획(12만4929가구)보다 39.1% 증가한 수치다. 공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7만8841가구 △지방 5대 광역시 3만1684가구 △지방 중소도시 6만3343가구의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대규모 재건축, 재개발 단지들이 눈길을 끈다. 총 1만7452가구가 공급되는 서울에서는 재건축(8370가구), 재개발(5535가구) 등 정비사업 물량이 전체 공급물량의 79.6%를 차지한다. 수도권에서는 신도시, 보금자리지구, 택지지구 등 서울에 인접한 알짜 입지에서 분양 물량이 예정돼 있다.
위례신도시가 분양 열기를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달 현대엠코가 하남시 학암동 A3-6a블록에 ‘엠코타운 센트로엘’ 95~98㎡ 673가구를 분양하고 성남시 창곡동 A2-3블록 ‘위례신도시 휴먼빌’ 507가구도 분양할 예정이다. 구리갈매보금자리지구와 미사강변도시에서도 공공분양 물량과 민간 분양이 대기 중이다.
◆O(Out of Seoul·전세난민)
지난해는 세입자에게 유난히 힘든 한 해였다. 재작년 8월 중순부터 오르기 시작한 전셋값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은 66.4%로 2002년 10월(66.2%)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도 62.1%로, 집값이 급등했던 2000년대 초반 수준을 웃돌고 있다.
서민들 중에 전세난민이 속출했고, 폭등하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서울 중심부에서 서울 변두리로, 서울 변두리에서 수도권으로 옮겨 갔다. 올해에도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질 전망이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 지역에서 서울의 전세 가격 수준으로 구입할 수 있는 아파트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R(Rent·월세 증가)(Remodeling·리모델링)
유례없는 전세난에 월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세입자가 오르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월세나 반전세 집을 구해야 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비중은 전세가 64.9%(3만2520건), 월세가 35.1%(1만7579건)였다. 월세가 처음으로 35%대를 넘어섰다. 최고치이던 지난해 9월의 34.2%(1만4521건)보다 0.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월세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국 월세 가격은 8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기존 주택이 노후화됐다면 오는 4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인 ‘리모델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은 지 15년 이상 된 공동주택은 지금 층수에서 최대 3개 층(15층 이상)까지 증축이 가능해진다. 가구당 증축 면적은 최대 40%(전용면적 85㎡ 초과는 30%)까지 늘어나게 되고, 기존 가구수도 최대 15%까지 늘려 일반분양할 수 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되면서 공사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번지고 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으로 아파트의 면적이 늘어나면 발생한 분양 수익금으로 공사비를 상당 부분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분당신도시, 평촌신도시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지은 지 15년 이상 돼 리모델링 사업이 가능한 전국의 아파트는 약 500만가구에 이른다.
◆S(Small·소형 주택 강세)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90%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주택인 것으로 집계될 만큼, 중소형 아파트는 2013년 분양 시장의 대세였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 시장이 재편되면서 중소형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새 정부의 세제 혜택이 중소형 주택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4년 주택 시장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는 신규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중소형 주택 시장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대형 시장은 공급 초과가 지속돼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분양시장에서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중소형 분양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하남미사, 구리갈매, 부천옥길, 시흥은계 등 보금자리지역에서 물량이 대거 공급된다.
◆E(Expectation·집값 상승 기대감)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이유는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집을 안 사는 이유는 금융비 부담이나 취득세와 양도세 때문만이 아니고 ‘집값이 더 떨어지거나 오르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요자들은 연이은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부동산114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20대 이상 성인 남녀 6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상반기 부동산시장’ 전망 조사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집값 전망과 관련해서 응답자의 14.2%가 ‘큰 폭 상승’이라고 답했고 응답자의 31.1%는 ‘완만한 상승’을 꼽았다. 전체 응답자의 45.3%가 주택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셈이다. 집값이 서서히 움직일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나아지고 있는 기대심리가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움직일 지 주목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