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못다한 이야기 - 박병욱 팀장
미국 뉴욕증시의 최근 흐름을 보면 약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작년 한 해 시장을 주도했던 종목들은 높은 가격대에서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과 맞서고 있다. 이렇게 차익 실현한 자금은 그동안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았던 종목으로 유입되고 있다. 2013년 증시를 주도했던 종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전기자동차, 인터넷, 반도체 등이었다. 이들 기업에 투자됐던 자금이 자원개발, 원자재, 철강 종목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런 자금 흐름은 글로벌 증시 전체로 확산될 분위기다. 한국 투자자들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 증시의 핵심 투자종목이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은 수년간의 침체기를 극복하고 완연한 경기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모든 경제지표에 ‘사상 최대’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다. 개별 종목뿐 아니라 각종 지수도 사상 최고가를 갈아 치우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지속해온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기로 한 것도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이다. Fed는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월 850억달러인 양적완화 규모를 이달부터 750억달러로 100억달러 축소하기로 했다.
경기회복은 고용 안정과 개인 소비 증가로 나타난다. 개인 소비가 늘면 기업의 매출이 증대된다. 주머니가 두둑해진 기업들은 그동안 미뤘던 설비투자에 나서게 된다. 설비투자는 결국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른다. 전형적인 경기회복의 선순환 구조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실제 원자재 가격은 상승 추세에 접어들었다. 구리, 아연, 납 등 이른바 산업재 관련 금속들은 최근 저점을 찍고 오름세로 돌아섰다. 원유, 천연가스, 석탄 등 에너지 가격들도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추가 상승을 꾀하는 모습이다. 최근 뉴욕증시에서 알코아, US스틸, 플립트맥모란 등 원자재 관련주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다.
이런 흐름을 한 번 더 확장해보면 또 다른 투자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곧 화석연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화석연료 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신재생에너지가 각광받는다. 신재생에너지에서 새로운 투자기회가 생길 수 있다. 그런 만큼 태양광, 풍력, 셰일가스 등 신재생에너지 업종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투자종목의 변화는 우리 증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시장을 주도했던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전차군단에서 경기회복 및 원자재 가격 상승과 맞물린 종목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수혜를 볼 만한 종목으로는 고려아연, 대우인터내셔널, 현대제철 등을 꼽을 수 있다. 고려아연과 현대제철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미얀마 가스전을 생산하는 대우인터내셔널 역시 화석연료 상승에 따른 수익성 향상을 기대해볼 만하다.
오랜 기간 침체됐던 OCI, 한화케미칼, 태웅 등 신재생에너지 종목도 새해에는 턴어라운드할 가능성에 주목해볼 만하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장기 침체로 인해 그동안 이들 기업의 주가가 많이 빠졌다는 사실은 투자자 입장에선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