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덜 희생하면서 독립된 노후생활 준비를

입력 2014-01-06 06:58
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디자인 - <31> 고령화시대의 진정한 자식 사랑


‘맨큐의 경제학’ 저자로 유명한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그레고리 맨큐. 그가 50세 되던 해 뉴욕타임스에 나의 생일 소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맨큐의 50세 생일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놀랍게도 ‘늙어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을 그는 자신의 남은 소원으로 꼽았다.

그의 소원처럼 요즘은 젊어서 자식에게 잘해주기보다 늙어서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부모가 가장 좋은 부모라고들 말한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금융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후대책은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배우자나 자녀가 노후대책을 마련하는 주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꼽은 사람은 소수였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고령자의 절반 이상이 자녀의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식 신세를 질 생각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한 탓이다.

흥미로운 점은 독립적인 경제력을 가진 부모가 자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부모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부터 건강상태, 여가활동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다.

이에 비해 독립적인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부모는 자녀의 경제적 지원 여부에 따라 삶의 만족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재무적인 자립이 인생 후반기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필수조건인 셈이다. 물론 재무적인 자립 못지않게 심리적인 자립도 중요하다. 진정한 독립이란 ‘더 이상 기댈 곳을 찾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은퇴 이후 우리는 또 한 번 낯선 세계로의 독립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서른 살 때와 비슷하다. 더 이상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사라졌더라도 스스로 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놓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심리적으로는 자녀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부부만의 독립적인 삶을 즐길 줄 아는 여유도 필요하다.

은퇴는 곧 맞이하게 되는 현실이자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전환점을 돌아 인생의 새로운 막이 올라가는 순간에 자신의 자리에 당당하게 서 있지 못하면 남은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자식이 가장 좋은 노후보험’이던 시절은 끝났다. 지금보다 자녀에게 덜 희생하면서 노후의 독립된 생활을 미리 준비해보자. 부모와 자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미래 관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기출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