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돈 대는 소비자평가] "아이폰4보다 차라리 아이폰3…"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소비자평가에 기업도 인정

입력 2014-01-05 21:01
수정 2014-01-06 03:50
[ 임현우 기자 ] “아이폰4는 추천할 수 없다. 차라리 아이폰3GS를 권한다.”

미국의 소비자잡지 ‘컨슈머리포트’가 2010년 6월 애플의 야심작 ‘아이폰4’에 대해 내린 평가다. 기계 결함으로 수신이 불량하다는 이유였다. 다음날 애플 주가는 4% 떨어졌다. 애플은 범퍼 케이스를 무상 제공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미국에서 컨슈머리포트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잡지는 비영리단체인 미국 소비자협회가 매달 발행한다. 주 수입료는 구독료다. 정기구독자가 730만명, 매출은 2억5939만달러(2013 회계연도, 5월 결산)였다. 정부 예산에 기댈 필요가 없고, 기업 후원이나 광고도 받지 않는다. 평가 결과를 기업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매출의 90%를 제품 검사에 쓸 만큼 품질 조사에도 철저하다. 소비자의 관심사를 반영해 주제를 정한 뒤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전수 조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전문영역에서도 품질이나 서비스를 평가한다. 예컨대 미국 내 997개 건강보험 상품을 비교하고 2463개 병원의 수술능력과 환자 관리수준에 등급을 매길 정도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2012년 2월 출범한 ‘스마트컨슈머’는 ‘한국판 컨슈머리포트’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예산 지원뿐만 아니라 주제 선정 등에도 어느 정도 관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