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간접투자보다 효과 커
[ 필라델피아=유창재 기자 ]
“취약계층 아동에 정부가 조기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이다.”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교수(사진)는 2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메리어트호텔에서 시작된 미국경제학회(AEA) 특별강연에서 “조기 교육만큼은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세부터 취학 직전까지 아동들에게 교육 투자를 얼마나 하는지에 따라 성인 이후의 소득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
따라서 범죄율, 청소년 임신율 등을 줄이고 전체적인 국가 생산성을 높이려면 취약계층에 국가가 직접 조기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헤크먼 교수의 주장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초 국정연설에서 “취학 전 아동에 대한 1달러의 교육 투자는 장기적으로 7달러의 예산감축 효과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00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헤크먼 교수는 부모 세대의 소득과 현재 세대의 소득은 정비례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이른바 ‘위대한 개츠비 곡선’을 보여주며 강연을 시작했다. 세대 간 계층이동이 줄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계층이동의 어려움은 교육투자와 관련이 깊다. 예를 들어 고아원 등 복지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한 시간에 평균 616개의 단어를 듣는다. 반면 블루칼라 계층의 자녀는 1251개 단어, 전문직 종사자의 자녀는 2135개 단어를 듣는다. 그러다 보니 3세 아동이 알고 있는 단어 수도 전문직 자녀는 1100개, 블루칼라 자녀는 700개, 그리고 복지시설 아동은 500개로 큰 차이가 난다. 출발점에서부터 교육 수준이 다르다는 얘기다. 게다가 취약계층 부모는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자녀 교육에 충분히 투자하지 못하며,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데에도 제약을 받는다고 헤크먼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의 교육 투자는 성인 이후 구직에 필요한 기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면서 “국가가 조기에 개입해 취약계층 아동들을 교육하는 것이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더 많은 편익을 가져다준다”고 주장했다. 각종 사회 문제는 줄이고 생산성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동들이 나이가 들면 문제를 바로잡는 데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될 뿐 아니라 효과도 작다”고 덧붙였다.
필라델피아=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