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히든챔피언] 정보통신기술 접목 '마이샵'…전통시장에서 '스마트 시장' 변신

입력 2014-01-03 21:57
중곡제일시장은

안드로이드 태블릿PC로 결제·고객관리 등 '척척'…자체 브랜드 상품 판매도


[ 강창동 기자 ]
중곡제일시장은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유난히 많이 붙는다. 2003년 협동조합을 결성해 조직적인 시장 활성화 운동을 시작했고 2005년에는 전국 최초로 중곡제일시장 자체 상품권을 발행했다. 143명의 조합원으로부터 한 달에 3만원의 조합비를 거둬 법률·세무 서비스를 2005년 시작한 것도 전국 최초다. 박태신 중곡제일시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동통신회사의 기술 지원으로 20여개 가게에 ‘마이샵’이 도입돼 결제와 고객관리가 편리해졌다”며 “전국 최초로 자체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인 시장답게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시장으로 각광

중곡제일시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창조경제의 1번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이곳을 방문, “창조경제는 각 산업이 정보기술(IT)을 만나 새로운 수요와 시장,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중곡제일시장을 본보기로 들었다. 이 시장이 창조 경제의 모델이 된 것은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인 ‘마이샵’이 바탕이 됐다. ‘마이샵’은 안드로이드 태블릿PC를 기반으로 소상공인의 마케팅과 실적관리 등을 도와주는 점포 경영 지원 서비스다. 결제 기능 외에 스마트폰 보유 고객에게 쿠폰을 발급하는 등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목표 설정과 실적관리도 도와준다. SK텔레콤이 중곡제일시장과 협약을 맺고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기업형 시장을 향한 PB사업

중곡제일시장은 협동조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화를 꿈꾸고 있다. 안정적인 생계 터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박 이사장은 “비록 작은 점포들이지만 한 곳에서 대를 이어 장사하기 위해서는 기업화 노력이 절실하다”며 “협동조합 자체 사업으로 나오는 수익금과 상인들의 출자금 등을 꾸준히 모아 임대 점포들의 소유권을 점진적으로 확보해 나간다면 기업처럼 지속 가능한 경영이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시장의 자체 브랜드(PB)인 ‘아리청정’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아리청정은 지난해 9월 상표 등록을 마치고 멸치, 호두, 굴비, 참기름, 떡, 건어물, 양념불고기 등의 상품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판매 중이다. 내년 2월에는 주차장 일부 공간에 3층짜리 ‘고객쉼터’ 건물을 완공해 여기에 식품가공장과 식당, 카페, 된장·간장 체험장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박 이사장은 “지금은 엄격한 규제에 묶여 전통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식품제조 가공업을 할 수 없다”며 “언젠가 규제가 풀리면 반찬과 같은 먹거리들을 소포장으로 만들어 전국으로 판매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낙관했다.

○협동조합이 상인들의 손과 발

협동조합은 상인들의 손과 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법률·세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매달 14만원의 법률 자문료를 주고 젊은 변호사들로부터 법률 상담을 마음껏 받고 있다. 주로 점포 소유권자와 임대 상인의 갈등 문제다. 세무법인과 계약해 연간 3회 세무사가 시장을 방문해 간이과세자의 세무 신고를 대행해준다. 장사에 바쁜 데다 세무 지식이 전무한 상인들의 손과 발, 머리가 돼줘 8년간 상인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서비스다. 박 이사장은 “몇 년 전 한 건물주가 상인을 쫓아내려고 터무니 없는 명도 소송을 낸 적이 있는데 협동조합과 고문변호사가 개입해 승소한 이후 비자발적으로 점포를 내놓은 상인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