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저성장시대 물 만난 SPA…영역확장 나선다

입력 2014-01-03 10:03
수정 2014-01-03 13:09
불황과 저성장 시대가 이어지면서 한국 패션산업은 혹한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형 제조·직매형 의류(패스트패션·SPA) 브랜드들은 이를 기회 삼아 꾸준히 영역 확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한층 뜨거워지고 있는 주요 SPA 브랜드들의 '삼국지'와 그 배경, 전망을 상, 하편을 통해 들여다 봤습니다. [편집자 주]

'유니클로'는 지난해 11월 강남역 2호점인 강남역삼점을 열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새벽 6시 개점 이벤트를 열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히로시마의 제 1호점 개점 당시 영업시간인 새벽 6시에 맞춰 매장을 여는 세일행사를 한국에서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이어 12월에는 서울 중랑구, 천안, 대전, 진주 등 신규 매장 4곳을 연달아 열면서 2013년의 마지막달을 화려하게 마감했다.

'H&M'은 지난달 14일 대구 동성로 CGV 한일극장 건물에 영업면적 2400㎡ 규모의 17번째 매장을 개점했다. 2013년 H&M이 국내에 새로 연 6번째 매장이다. H&M은 지난해 5개 매장을 지방에 열었고, 7번째 신규 도시 출점을 달성했다. 올해도 청주 지웰시티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개점이 이미 확정된 상태다. 영업면적 2000㎡ 이상 규모의 매장을 개점한다는 본사 방침에 따라 앞으로도 주요 상권의 대형 매장 개점 소식이 이어질 전망이다.

◇ 한국서 매년 신규 점포 늘려가는 3대 SPA…"아직 배고프다"

저성장 시대 속에서 SPA들은 되레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존 국내 의류 업체들은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위축되고 있지만 자라, 유니클로, H&M 등 주요 SPA 브랜드들은 기존 시장을 잠식하면서 세를 넓혀가고 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주요 SPA 업체들이 신규 점포와 함께 매출을 늘려가면서 2013년 국내 SPA 시장 규모는 3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 제일모직의 손을 잡고 들어온 스페인 '망고'를 시작으로 국내 SPA 시장이 시작됐다. 이후 2005년 일본의 유니클로, 2008년 스페인의 자라, 2010년 스웨덴의 H&M 등 3대 SPA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유니클로는 지난달 20일 기준 117개 점포를 보유해 한국시장에서 점포 수 기준으로는 자라(40개), H&M(17개)을 압도하고 있다. 2013년 27개 매장을 추가로 열어 2012년까지 8년간 89개 매장을 연 데 비해 더욱 공격적으로 자리 선점에 나선 모습이다.

유니클로는 지방 매장 뿐 아니라 교외형 매장 등 전국구로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11월에는 LG패션이 매장 효율화 차원에서 TNGT 강남점을 철수하면서 나온 강남역 분당선 출구 앞 입지에 새로 강남역삼점을 열기도 했다.

SPA 브랜드들의 시장 잠식과 함께 실적도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 기준 한국시장의 유니클로(에프알앨코리아·회계기준 8월), 자라(자라리테일코리아·1월), H&M(에이치엔엠헤네스앤모리츠·11월) 합산 매출은 7988억원으로 전년 대비 6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1069억원 대비 여덟배 가까이 급성장한 것이다. 같은 기간 주요 브랜드 의류업체 상장사 9개사 합산 매출 대비 비중은 4%에서 16.7%까지 확대됐다.

아울러 최근 추이에 비춰 주요 3대 SPA 브랜드의 3013년 국내 매출은 1조원을 상회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의 해외 브랜드들과 토종 브랜드들을 합치면 올해 국내 SPA 시장이 3조원은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SPA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지만 주요 SPA 브랜드들은 패션 업계 내 SPA 시장 성장 여력이 남아있다는 점에 자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국 주요 상권 중심가에 신규 대형 점포를 꾸준히 열어나가고 있다.

H&M 관계자는 "인구 900만명인 스웨덴에서도 매장수가 100개가 넘는데 한국은 인구가 5000만명인 시장에 17개 매장이 있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패스트패션' 업체가 아니라 150여 명의 디자이너가 1년 반 전부터 준비해 파리콜렉션에 제품을 선보일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 SPA 시장 경쟁 가열 불가피…토종·형제자매 브랜드들 '호시탐탐'

패션업계에서는 올해 SPA 시장 내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몇 년간 중견 패션기업과 대기업이 SPA 시장에 진출해 주류 플레이어들에 도전하고 있고, 추가로 국내 시장에 들어온 SPA들의 경합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6월 신성통상이 런칭한 '탑텐'은 1년 반 만에 65개에 달하는 매장을 열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미얀마에 구축한 자가공장을 바탕으로 베이직 스타일 의류를 주종으로 밀며 유니클로 이용자층 공략에 나섰다.

탑텐 관계자는 "명동 2호점의 경우 월 매출이 8억~9억원 수준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꾸준히 매장 확대 기조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삼성에버랜드로 이관된 제일모직의 패션사업 부문은 2012년 2월 '에잇세컨즈'를 론칭하며 SPA 시장에 들어섰다. 현재 강남역 옛 뉴욕제과 자리와 가로수길 등을 주축으로 25개 매장을 연 상태다.

이마트도 자체 패션 브랜드 '데이즈'를 SPA로 육성하고 있다. 데이즈 관계자는 "상품 발주 후 4주 내에 매장 입점이 가능한 퀵 오더 시스템을 실현시키는 생산체계를 갖췄다"면서 "앞으로 이마트 전점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SPA 시장에 가장 처음 들어섰고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이랜드로, 그룹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2009년 선보인 '스파오'를 시작으로 2010년 '미쏘', 올해는 신발 SPA '슈펜', 아웃도어 SPA '루켄', 캐릭터 SPA '버터', 남성복 SPA ' NC포맨' 등을 줄줄이 내놨다. 가두점 뿐만 아니라 2001아울렛·뉴코아·킴스클럽 등 그룹 계열 유통망을 활용하면서 '후아유'와 '로엠' 등 기존 주요 브랜드의 SPA화를 발빠르게 진행했다.

최근 일본, 중국, 미국에 미쏘(MIXXO), 스파오(SPA), 후아유(WHO.A.U) 매장을 내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자사 의류브랜드의 소구 대상과 가격대 등을 감안해 SPA가 매우 적합한 모델이라고 판단했다"며 "주요 브랜드의 SPA화를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2년 5월 제일모직과 결별하면서 스페인 본사가 직진출한 망고는 매장 수를 5개에서 재차 9개로 회복해 성업 중이다. 인종차별 논란을 빚기도 했던 미국 캐주얼 SPA 브랜드 아베크롬비앤피치(A&F)가 운영하는 '아베크롬비앤피치'와 '홀리스터'도 한국에 들어온 상태이다.

주요 SPA 브랜드들의 '형제자매' 브랜드들도 사업 활성화에 나설 것이란 점, 한국시장에 들어오지 않은 SPA 브랜드들이 진출 시기를 가늠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도 경쟁심화 관측에 힘을 더한다.

자라를 거느린 스페인 인디텍스사는 마시모듀티(Massimo Dutti), 버쉬카(Bershka), 풀앤베어(Pull&Bear)의 매장 5개씩을 운영중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의 경우 4개 매장이 있다.

H&M 그룹의 경우 아직 한국 시장에는 COS(Collection Of Style), 앤 아더 스토리즈(& Other Storise), 몽키(Monki), 위크데이(Weekday)등이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그룹에서는 저가형 캐주얼 브랜드 GU 한국 상륙설이 돌기도 했다.

꾸준히 한국 시장 진출설이 나온 '톱숍', '프라이마크' 등 영국 SPA 브랜드들의 입성도 머지 않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