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은 기자 ] 갑오년을 맞이하는 우리금융그룹 임직원들의 마음은 요즘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 일정에 따라 작년 말 우리투자증권·우리자산운용·우리F&I와 경남·광주은행 등 주요 자회사 8곳의 새 주인(우선협상 대상자)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그룹 입장에서는 작년에 비해 그룹의 규모가 한층 줄어든 데다, 본체인 우리은행 등도 조만간 매각이 본격화 된다는 점에서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어려운 시기다.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사진)은 지난 2일 그룹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맹자의 ‘천강대임(天降大任)’이라는 문구를 인용했다. ‘하늘에서 큰 임무를 맡길 때에는 반드시 시련과 역경을 먼저 내려 시험한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2013년은 민영화의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디는 의미있는 한 해로 기억될 것”이라며 “지난해 험난한 여정을 걸어온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해는 민영화 완수라는 숙원이 걸린 2014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진단을 덧붙였다. 금융산업의 저성장 구조가 지속되고 가계부채와 기업 구조조정 이슈 등으로 금융업계 전반의 수익성 회복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경영목표를 ‘고객과 현장 중심의 가치 창조 경영’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룹’의 가치를 점진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 회장은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투자자들의 계열사별 호불호를 보면서 시장의 평가가 얼마나 냉정한지 생생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수년간 우리 발목을 잡아온 건전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 창출 체질도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했다. 2%포인트 미만의 순이자마진(NIM)으로는 예전 수준의 이자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금융업은 고객을 잃으면 존립 기반을 잃는다”며 “올 한 해 그룹의 민영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홀해지지 않도록 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민영화가 완료되기까지 아직 무수한 난관이 남아있다”며 “100리를 가는 사람은 90리를 절반으로 생각한다(行百里者 半於九十)는 시경의 말처럼 끝마무리를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