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원 월급' 김정태 前국민은행장 별세

입력 2014-01-02 21:55
수정 2014-01-03 03:42
증권맨 출신으로 첫 은행장 올라
주주가치 중시…'CEO 주가' 주인공 2일 급환으로…향년 67세


[ 박신영 기자 ] 통합 국민은행의 초대 행장을 지낸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2일 오전 10시30분 급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67세.

광주 출신인 김 전 행장은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뒤 1969년 조흥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1976년 대신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증권업계에 뛰어들었다. 대신증권 입사 4년 만인 34세에 상무에 오르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98년엔 동원증권 사장에서 주택은행장으로 발탁돼 최초로 ‘증권맨 출신 은행장’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김 전 행장은 국내 금융시장에 많은 변화를 선도했다. 대표적인 것이 그의 ‘주주가치 중시 경영’ 철학이다. 지금보다 정부의 입김이 더 셌던 시절인 2004년 ‘LG카드 사태’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LG카드가 파산하면 금융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은행들에 출자전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김 전 행장은 엄청난 리스크를 은행이 짊어질 수는 없다고 판단, 이를 거부했다.

은행 내부 권위주의 문화를 타파한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김 전 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임원전용 엘리베이터, 임원 식당, 은행장 수행비서 등 세 가지를 없앴다. 펀드와 로또 복권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1998년 주택은행장 시절에는 월급을 1원만 받는 대신 40만주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선택해 화제를 모았다. 2001년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이 합병했을 때 통합 행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변화를 선도해 온 그에 대한 기대감이 큰 데 따른 것이었다. 그는 통합 당시 4만원대이던 국민은행 주가를 재임기간 9만원까지 올려 ‘CEO주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타고난 장사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김 전 행장은 경기 고양시에서 농장을 가꾸며 말년을 보냈다. 슬하에 운식(브로드컴 근무)·운영(구글 근무) 씨 두 자녀를 두고 있다. 빈소는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 장지는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오전 9시.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