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의대 갈 수 있다고 해 외고 지원했는데"… 서울대, 책임있는 자세 필요하다

입력 2014-01-02 16:51
수정 2017-07-01 10:01
7월까지는 입장 발표 없을 듯… '행정 편의주의'
수험생 혼란 감안해 빠르고 명확한 결정 내려야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까지. 이미 교육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이런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이 매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서울대 의대에 문·이과 교차지원 허용한다는 발표 때문에 며칠 뒤 있는 고교 입시에서 갑자기 외국어고에 지원한 학생이 있을까요? 순전히 서울대 의대 진학을 위해 외고에 간 학생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박재현 입학본부장의 말입니다. 서울대는 내년 대입부터 의예과·치의학과·수의예과에 문과 학생들의 지원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가 최근 '유예'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박 본부장은 "서울대가 금방 입장을 바꿔 혼란을 준 부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서울대의 입장 변화를 살펴볼까요? 서울대는 지난해 11월14일 의학계열에 문과 학생들의 지원을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약 6주 만인 지난해 12월27일 서울대는 이를 유예하기로 했다며 입장을 선회했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재검토 요청이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문제는 이 6주 동안 수험생들에게 끼친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겁니다. 서울대의 교차지원 허용 방침은 반향이 컸습니다. 당장 입시전문가들부터 외고 강세를 예상했고, 실제로 11월 말부터 진행된 서울권 외고 입시 경쟁률은 지난해보다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서울대는 이런 변화에 대해 '만만디'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박 본부장은 "입시 1~2주 남겨놓고 서울대 발표 때문에 외고에 지원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반대 입장입니다. 서울대 의대에 가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현실을 잘 모르거나, 일부러 외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하네요.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문과도 서울대 의대에 지원할 수 있다고 해서 자사고가 아닌 외고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적지 않았고, 문·이과를 택해야 하는 고교생들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서울대가 빨리 교차지원 허용과 관련해 가부간에 명확한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서울대는 적어도 올 7월까지는 이에 대한 별다른 입장 발표가 없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의 유예 상태를 유지할 예정입니다. 그 이유가 좀 황당합니다. 현 총장과 집행부 임기가 그때까지란 겁니다. 8월 이후 새로 선임될 차기 총장과 새 집행부가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란 설명입니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서울대의 의대 교차지원 허용 발표를 토대로 고교를 선택한 학생도 있는 만큼, 올해 고교 신입생이 대입을 치르는 2017학년도 입시부터는 유예 방침을 풀지 않을까 예상된다"며 "서울대도 무리수를 두지 않고 내년쯤엔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 입시전문가는 "교육부가 수능 문·이과 통합안으로 한바탕 흔들어 놓고 서울대가 교차지원을 허용한다고 기습적으로 발표한 다음, 다시 몇 주 만에 유예하겠다고 한다"며 "이렇게 졸속적으로 대입 제도를 발표한 적은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오히려 수험생들 혼란을 더 부추긴 꼴"이라고도 했습니다.

서울대의 결정이 더욱 중요한 것은 서울대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 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대 체제로 복귀하면서 의예과 선발 인원이 크게 늘어납니다. 서울대 결정에 다른 대학들이 연쇄적으로 반응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서울대는 최대한 빨리 최종 입장을 정해 수험생들의 혼란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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