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3대 비급여 개선·원격진료 등 야당·의사협회 반발 거세
복지부 "첩첩산중, 이제 시작인 것 같습니다"
[ 김용준 기자 ]
“첩첩산중의 끝도 중간도 아니라 이제 시작인 것 같습니다.”
새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1일, 보건복지부의 한 고위 간부가 한 말이다. 이날 새벽 예산 통과를 현장에서 지켜본 그는 집에 잠시 들렀다 다시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부처와 달리 국정과제에 포함된 복지부의 주요 현안 대부분이 입법화되지 않고 해를 넘겼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3대 비급여 개선, 원격의료 등이다.
○기초연금 7월 지급 어려울 수도
정부는 작년 11월 기초연금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핵심 내용은 오는 7월부터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10만~2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금액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면 감액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상임위원회(보건복지위)에서 논의조차 못하고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처리 전망도 극히 불투명하다. 야당의 태도가 워낙 완강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파기한 상태에서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손해를 보는 안을 내놓고 통과시켜 달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작년 말 ‘소득 하위 70% 노인 모두에게 2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의 기초연금법안 및 예산안까지 별도로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번 상임위 예산결산심사 소위에서 정부안을 근거로 한 올해 예산안(5조2000억원)을 과반으로 의결하긴 했지만 법안 처리 전후로 여야 간에 또 한번의 큰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연금 집행을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만약 다음달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7월 시행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꺼번에 몰린 대형 과제
보건의료 쪽은 더 심각하다.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개선 방안이 ‘발등의 불’이지만 발표 시점은 극히 불투명하다. 현재 각종 정책의 파트너인 의사협회가 ‘원격의료 및 의료법인의 자회사 통한 영리사업 허용’ 등에 반발해 이미 거리로 나섰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원격의료는 동네의원들을 고사시키고, 병원 자회사의 영리활동 허용은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의사협회 비상대책위는 11일 출정식을 열고 총파업 시기와 절차 등을 결정하겠다며 복지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대 비급여 대책을 발표하면 대형 병원이 주축인 병원협회와 또 하나의 전선을 만들게 된다는 게 복지부의 고민이다. 정부는 국민이 전액 부담하고 있는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일부를 건강보험과 병원이 분담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익이 줄어드는 대형 병원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복지부에는 이 밖에도 풀기 쉽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현재 직장인과 자영업자에게 다르게 적용하는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통합하는 방안도 해결해야 한다. 유력한 안은 소득 기준으로 보험료 부과 체계를 단일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산 기준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에 대한 직장가입자의 반발 등이 예상돼 3월 이전에 정부안을 발표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