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신년사 "남북관계 개선 노력…張숙청, 종파오물 제거"

입력 2014-01-01 21:17
수정 2014-01-02 03:56
核 억지력 표현 안쓰고 "농업·건설발전 총력"
"비방중상 끝낼때 됐다" 대남대화 제의 가능성


[ 전예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사진)이 1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남한 당국의 호응을 촉구했다. 안정적인 대외 환경을 조성해 경제 발전에 집중하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이 대남·대미 유화 제스처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은은 이날 오전 9시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육성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됐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나갈 것이고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은 북남관계 개선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선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은 북침 핵전쟁 연습을 벌여 사소한 우발적·군사적 충돌도 전면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며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엄청난 핵재난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 분야는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와 친선협조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으나 핵 문제나 북·미관계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연초 정부·정당·단체연석회의 등을 열어 올해 대남정책을 결정하고 적극적으로 대남 대화 제의를 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제1위원장이 핵 억지력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은 6자회담에 대해서도 미국 등 관련국의 움직임을 보며 대응할 여지를 남긴 것”이라며 “북한이 조만간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번 신년사가 대남 비난도 이어가고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내놓았다. 통일부는 이날 “핵재난 가능성과 종북 소동 등을 언급하는 등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간 것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의 진정성을 흐리게 하는 대목”이라며 “북한의 태도 변화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 연말 이뤄진 장성택 숙청 사건에 대해 “당 안에 배겨 있던 종파오물을 제거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며 “반당·반혁명 종파일당을 적발, 숙청함으로써 당과 혁명대오가 굳건히 다져졌다”고도 했다.

또 올해를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비약의 해’라고 언급하고 농업을 주타격 방향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농업과 경공업을 ‘주공전선’으로 언급한 것과 달리 주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에 부심한 흔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건설 부문을 별도로 언급하며 ‘건설의 일대 번영기’를 제안한 것은 김정은 치적 쌓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