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
경기 민감주 수익률 좋을 듯
유틸리티 업종도 주목해야
[ 황정수 기자 ]
증권사들이 내놓은 올해 증시 전망은 ‘장밋빛’이다. 적어도 지난해보다 나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올해 코스피지수 범위를 보면, 하단은 최저 1800(동부증권)이고 상단은 최대 2500(KTB투자증권)이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1780~2059에서 움직인 것을 감안하면 작년보다 올해 코스피지수 하단과 상단이 높아진 것이다.
코스피지수 상승 시점에 대해선 증권사마다 전망이 달랐다. 대신 미래에셋, 우리투자, 하나대투증권 등은 상반기에 부진했다가 하반기에 나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증시 흐름을 예측했다. 반면 교보, 대우, 삼성, 신한금융투자 등은 상반기에 오름세를 보이다가 하반기에 떨어지는 ‘상고하저’(上高下低)를 예상했다.
○하반기엔 수출·내수주 함께 좋을 것
‘상저하고’를 예측한 증권사들은 이달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그 이유로 들었다. 양적완화 축소 시점인 올해 상반기에 부진을 겪다가 하반기에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부 팀장은 “코스피지수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고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있을 올해 1분기에 주춤한 모양새를 보일 것”이라며 “3분기부터는 신흥시장 회복 기대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이 하반기에 개선될 것을 전제로 ‘상저하고’를 예측한 증권사도 있었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 수출 주도의 불균형적인 경기회복을 거쳐, 하반기 수출과 내수가 같이 좋아지는 균형성장이 전망돼 ‘상저하고’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엔저·미국 증시 거품논란은 장애물
‘상고하저’를 전망하는 증권사들은 올해 상반기에 미국 주식시장의 거품논란, 엔저(低)에 따른 한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약화, 기업실적 개선 지연 등이 코스피지수 상승의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에는 유로존(유로존을 사용하는 17개국) 회복에 따라 아일랜드 그리스처럼 그동안 소외됐던 시장이 다시 부각될 전망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는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데다, 양적완화 축소 영향도 크게 안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하지만 “하반기는 국내 경제 추동력이 떨어지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채권 매입을 중단하고 매각하는 영향도 있으니 상대적으로 안 좋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승 시점보다 전반적인 코스피지수의 상승세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전반적인 전망을 상고하저로 내놨지만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예상보다 늦어진다면 하반기에 코스피 고점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코스피지수 상단과 하단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지수범위에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지수 평균치(2150)를 함께 제시하기도 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년 중 단 하루만 상단에 닿아도 연간 전망 지수범위가 유효하기 때문에 예상 지수범위의 상단과 하단보다는 평균치를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경기 민감주·유틸리티주 긍정적
증권사들은 올해 경기 민감주의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자동차 조선 정보기술(IT) 화학 업종이 올해의 유망 업종으로 추천됐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금융시장의 악재들이 잘 관리되면 국내 대표 수출주들의 상승세가 가파를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한국경제신문이 작년 말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 36명에게 내년 유망업종(복수응답)을 물어본 결과 △IT(26표) △조선, 화학, 철강(각각 12표) △자동차(11표) 등 경기 민감업종이 많은 표를 받았다.
경기 민감주 외에는 유틸리티(수도·전기·가스 등의 공공재 업종) 업종이 올해 좋은 수익률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승표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은 유틸리티 업종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