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한 날 정쟁으로 지샌 지난 1년을 돌이켜 볼 때 가장 큰 책임은 새누리당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155석 거대 여당이면서 이념도, 철학도, 원칙도 없이 그때그때 시류에 영합하고 표변하기 바빴던 탓이다. 그러고도 선거에서 잇따라 이긴 것을 새누리당이 잘해서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반면 국회의원 특권을 만들 때는 야당과 너무도 죽이 잘 맞았다. 그러고도 반성도 없고, 쇄신도 없다.
새누리당의 기회주의 속성을 여실히 드러낸 게 철도파업 대응이었다. 민주당이 말도 안 되는 민영화방지법을 들이밀 때 정공법으로 맞서도 모자랄 판에,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는 민영화는 없다는 여야 공동결의를 제안할 정도였다. 당내 최다선이라는 김무성 의원은 싸늘한 여론에 와해직전이던 귀족노조에 탈출구까지 제공해줬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여야 동수로 철도산업발전소위를 구성한다니, 도대체 불법파업을 정당화해주는 것 말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공공기관 개혁이요, 노동권력 해체를 말할 수 있겠는가.
정치가 노사문제에 개입해 문제를 제대로 푼 사례는 어디에도 없다. 정치인들이 사진찍기용 중재에 급급했기에 파업 만능의 후진적 노사문화를 낳았고, 그것이 오늘날 한국의 강성 노조권력을 만들어냈다. 김무성, 박기춘 의원 사이에서 수배 중인 철도노조 위원장이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면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불보듯 뻔하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며 고군분투하는 대통령에게 거대 여당이 돕기는커녕 재를 뿌린 꼴이다. 원칙을 훼손하고 법치를 회피하는 것을 정치라고 부를 수는 없다.
확고한 이념과 철학을 토대로 가치를 생산하는 정치라야 국민도 편안해지는 것이다. 그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싸구려 협상을 정치라고 주장할 작정이라면 집권당 자격이 없다. 정치가 가치를 잃으면 국민은 어디로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