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선 국제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 남윤선 기자 ]
중국 헤이룽장성 성장인 루하오는 1967년생이다. 만 46세로 젊지만 중국 정계에서 그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루 성장은 만 34세에 역대 최연소 베이징 부시장을 지냈다. 40세 땐 장관급인 공산주의청년단 제1서기에 올랐다. 후진타오 전 주석도 거쳐간 자리다.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자격을 갖춘 셈이다. 올 들어 중국 언론은 여러 번 ‘루하오 띄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인물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에서 그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은 없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얘기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중국 전문가는 “루 성장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한국의 정부 관료나 외교관은 없다”며 “그에 대한 정보도 중국 관영 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의 중국 인맥이 너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루 성장을 만나본 사람은 그나마 몇몇 있지만, 다음 정권의 유망주로 꼽히는 젊은 정치인들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아예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크게 둘로 요약된다. 정권이 5년이면 끝나기 때문에 정부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인맥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 차원의 외교가 해답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표’가 안되는 외교에 국회의원들은 좀처럼 열의를 쏟지 않는다. 그나마 일부 전문가도 정권이 바뀌면 순식간에 ‘야인’이 된다.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은 중국의 현 외교부장인 왕이와 호형호제할 만큼 친한 사이지만 현 정부는 그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
‘고시’ 출신들로 채워져 있는 외교관들에게 로비를 전담시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다른 중국 전문가는 “중국 정부의 관료들을 만나면 한국 정부에 믿고 말할 사람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일본은 갈등 속에서도 물밑 로비를 통해 중국 정부 내에 ‘자기 사람’을 많이 만들어 놓는다”고 전했다.
10년 뒤 시진핑 주석이 물러나고 정권이 바뀔 때쯤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0년 뒤 혹은 20년 뒤, 바다 건너 지척에 낯선 지도자가 이끄는 세계 최강대국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남윤선 국제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