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관리 '사각지대'의 보험대리점

입력 2013-12-31 21:23
수정 2014-01-01 03:42
김은정 금융부 기자 kej@hankyung.com


[ 김은정 기자 ] “몸집은 빠르게 불어났는데 관리감독 체계가 그 속도를 못 따라간 셈이죠.” 잇따라 적발되고 있는 보험대리점(GA)의 부당 영업행위에 대해 한 보험사 담당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GA는 보험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다양한 보험을 판매하는 회사를 말한다. 여러 보험회사 상품을 비교하며 가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손해보험 상품은 이미 40% 이상이 GA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소속 보험설계사 수가 1만명을 웃도는 대형 GA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GA에 대한 관리감독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생명·손해보험협회를 통해 반기마다 새로 계약한 판매 건수 등이 공시되고 있는 정도다. 그나마 강제 규정도 없어 전체 GA의 10~20%만 제때 공시를 하고 있다. 협회 홈페이지에서 소비자들이 GA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4000개가 넘는 GA에 대해 수시·정기 검사를 일일이 하기엔 현실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관리 소홀을 틈탄 부당영업 행위는 갈수록 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가입자의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편법으로 계약을 유치해 온 GA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보험사기에 연루된 곳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또 GA 소속 설계사들은 이직이 잦아 ‘고아계약(보험가입자를 관리할 설계사가 없는 계약)’과 불완전판매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불완전판매로 민원이 생겨도 책임은 그 보험을 제공한 보험사로 넘어가고, GA들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GA가 공시의무를 위반하거나, 불건전 영업을 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보험업법에 마련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GA 소속 설계사에 대해서도 정보조회시스템을 구축해 ‘철새·먹튀 설계사’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GA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판매 채널로 자리 잡으려면 자정 노력도 선행돼야 한다. 코앞의 이익만 좇는 후진적 행태로는 눈 밝은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기 힘들다.

김은정 금융부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