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호 기자 ]
서울 양재동 동원산업빌딩 곳곳엔 거꾸로 된 세계 지도가 걸려 있다. 1층 현관 로비와 각층 사무실, 18층 회장 집무실도 마찬가지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2000년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그는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반도의 기적이 보인다”며 “한반도를 미래로 가는 교두보, 동북아의 물류 중심지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그동안 봐온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을 머리에 이고 힘겹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도를 거꾸로 보면 달라집니다. 한반도는 더 이상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끄트머리에 매달린 반도가 아니죠. 오히려 유라시아 대륙을 발판으로 삼고 드넓은 태평양의 해원을 향해 힘차게 솟구치는 모습입니다.”
김 회장은 또 각 사무실에 ‘사무실(思務室)’이란 액자를 걸어 놓고 임직원에게 창의와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사무실은 그냥 앉아서 일하는 곳이 아니라 창의적인 생각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곳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회장은 해양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그는 “육지 자원은 거의 한계가 왔고 앞으로 해양자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축복받은 나라”라고 했다.
김 회장은 ‘강대국의 흥망’ 저자로 유명한 폴 케네디 미국 예일대 교수가 그에게 한 얘기를 들려주며 한국의 미래가 밝다고 했다. “‘과거 영국의 성공 뒤에는 세계 최고의 조선소가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는 세계 1~3위의 조선소가 모두 있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