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1억 3천만 달러(약 1천371억원)라는 계약을 맺고 금의환향한 '추추 트레인' 추신수(31)는 "생각한 것 이상을 이뤘다"면서 남다른 감회를 숨기지 않았다.
추신수는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식을 듣고 지난 13년간이 약 5분 정도로 압축돼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지나가더라"며 운을 띄웠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여기까지 오면서 이 정도까지 목표로 한 것이 아니고, 그저 메이저리그라는 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 생각했다"면서 "생각한 것 이상의 것을 이뤄 내 자신에게 '정말 해냈나?'하고 물을 만큼 믿어지지 않더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이제 계약을 했으니 또 다른 야구인생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작성한 많은 기록 가운데에서는 300출루를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꼽았다.
이런 성과를 발판으로 일찌감치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어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추신수는 러브콜을 보낸 여러 구단과의 줄다리기 끝에 이달 22일 텍사스와 7년간 1억3천만 달러에 합의했다.
2001년 루키리그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1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연봉을 받으며 단칸방에서 동료와 함께 생활하기도 했고, 2005년 메이저리그에서 데뷔한 뒤에도 이치로와 포지션이 겹쳐 유니폼을 바꿔 입은 일도 있었다.
2006년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뒤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급성장했지만 2011년 음주 운전 파문과 왼손 엄지 부상 등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는 등 곡절이 많았다. 추신수는 많은 시련 가운데서도 2007년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일과 2011년 왼손 엄지를 다친 일을 가장 힘든 시간으로 꼽았다.
팔꿈치 수술 당시를 돌아보면서 "한국에 돌아갈 결심까지 했는데 아내가 말렸다"면서 "그때 아내가 날 다잡아준 덕에 뭔지 모를 힘이 솟아나 열심히 재활해 2개월 정도 빨리 복귀했다"고 말했다.
엄지 부상 이후 왼손 투수 공포증에 시달린 이야기도 꺼냈다. 추신수는 "반쪽짜리 선수로 전락할 위기였다"면서 "한창 심할 때에는 왼손 투수가 사인을 교환한 뒤 몸만 움직여도 공이 내게 날아올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여기서 겁을 먹고 물러선다면 우리 가족이 바깥에 나앉게 된다는 생각으로 나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면서 극복했다"면서 "이제는 왼손 투수의 공을 못 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추신수의 다음 목표는 텍사스에서 첫 우승의 꿈을 이루는 일이다. 그는 "내년 스프링캠프가 기다려진다"면서 "올해 신시내티에서 한 것처럼만 한다면 텍사스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추신수는 장기적인 목표에 대해서는 "명예의 전당까지 갈 수는 없는 것을 안다"면서 "오랫동안 38세∼40세 정도까지 뛰면서 200홈런-200도루, 300홈런-300도루 등 흔치않은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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