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회적기업 열전①] '공부의 신', 모든 학생이 멘토를 만날 그 날까지

입력 2013-12-30 14:18
[ 오정민 기자 ]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옛말일 뿐이란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사교육 의존도 및 교육 불평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멘토 시스템을 통해 자기주도형 교육의 희망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회적기업이 있다. 강성태 대표가 운영하는 '공부의 신(이하 공신)'이다.

◇ 공부의 신, 직원은 9명…혜택은 30만명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주민센터. 골목 안쪽으로 자리잡은 붉은 벽돌건물 5층의 회색 철문 안으로 들어서면 나지막한 단상을 가득 채운 상패들을 마주하게 된다. 벽에 걸린 자그마한 액자에는 '빈부와 지역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에게 멘토를 한 명씩 만들어준다'는 강성태 대표의 비전이 적혀있다. 직원은 강 대표를 포함해 9명 밖에 없지만 30만명(공신닷컴 누적회원수 기준)의 한국 중·고교생들게 멘토링을 제공한 공신 본사다.

공신은 2006년 여름 서울대 재학 중이던 강성태·성영 형제가 공부법과 관련해 동영상과 게시물을 올린 공신닷컴(http://www.gongsin.com)을 열면서 시작됐다. 교육 봉사활동을 하던 강 대표는 중·고교생 시절 격려와 조언이 필요했다는 본인의 경험에서 착안해 공부방법을 알려주는 사이트를 열기로 했다.

형인 강 대표가 사이트에 '공신'이란 이름을 붙였고 동생인 강성영 씨가 대통령 장학금을 제작비로 선뜻 내놨다. 공신은 '공부를 신나게'의 줄임말인 동시에 '새로운 신(新) 공부법으로 신나게 공부해 다들 공부의 신(神)이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도움에 목말랐던 학생들에게 공신의 소식이 퍼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온라인에서 대인기를 끈 공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유력 일간지 1면에 기사가 실리며 유명세를 탔다. 이듬해 9월에는 추석특집으로 공중파 방송에 나갔다. 이후 강 대표는 같은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인 '공부의 제왕'에 출연하며 명성을 얻게 됐다.

2008년 11월 강 대표는 여러 유혹을 뿌리치고 봉사 동아리이던 공신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길을 택했다. 공신 상표와 사이트를 묶어서 약 1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의도 있었고, 최고의 사교육업체로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도 받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멘토를 만날 수 있게 지원하고, 지역과 빈부에 상관없이 꿈 꿀 기회를 주겠다는 목표를 저버릴 수 없었다.

학생이던 강 대표가 바로 기업을 경영하게 되면서 많은 부침을 겪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익을 내기 위해 2010년 말부터 일부 콘텐츠의 유료화와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료 멘토링 사업을 시작했다.

공신은 꾸준한 노력을 인정받아 다수의 상을 수상했고, 2011년에는 서울시 우수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 멘티가 멘토되는 '선순환 구조'

공신의 사업 구조는 도움을 받은 멘티들이 다시 도움을 주는 멘토가 돼 나눔이 확대되는 선순환 흐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멘토링에 참여하는 멘토가 많아질수록 무료 및 유료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이를 통한 수익으로 더 많은 아이들에게 멘토링을 진행하는 '멘토링-콘텐츠-수익' 구조이다.

사업의 근간인 사이트 공신닷컴은 2006년 오픈 후 2만건 이상의 공부법, 수기글을 축적하고 있다. 학생들은 사이트의 다양한 공식 멘토 중 자신과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고, 고민상담 메뉴 등에서 공식멘토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저소득층 가정 학생 등 사회 소외계층 학생들의 경우 '장학생' 자격을 받아 유료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공신닷컴 활동멘토는 1000명, 회원수는 30만명에 달한다.

공신은 2011년 공신닷컴 무료 멘토링 애플리케이션도 선보여 '모든 학생에게 한 명씩의 멘토'의 길에 한발짝 다가섰다.

또한 공신은 공부법 및 참고서 등 다양한 저서를 출간했다. 참고서의 경우 가격이 시중 가격의 절반 이하 가격인 6500원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이 '반값 참고서'에 해설영상이 첨부된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강 대표를 비롯한 공신 직원들은 꾸준히 강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고려대학교와 함께 유료 멘토링 캠프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공신 멘토와 함께 생활하면서 공부방법, 생활 습관 등을 몸에 익힐 수 있는 방편이다.

이 같은 사업을 통한 수익은 운영비와 콘텐츠 개발 및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멘토링 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이 같은 사업구조를 뒷받침하고 있다. 공신이 교통비와 식비 등 일정 수준의 활동비를 지원하지만 사실상 봉사활동자들이 자율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그동안 공신이 청소년 자활센터, 지역아동 복지센터, 방과 후 교실 등에서 꾸준히 진행한 봉사활동을 바탕으로 이뤄진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 한 학생에게 한 멘토가 맺어지는 그 날까지

공신의 노력에 응답하는 학생들의 성원도 뜨겁다. 고등학교에서도 자율적으로 멘토링 활동을 하는 공신 동아리를 설립하는 움직임이 이어졌고, 멘토를 꿈꾸며 공부에 정진하는 학생들의 소식도 잇따랐다.

공신 사업 초기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한 강원도 학생은 학교 내 교육봉사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공신에 연락해 왔다. 이에 강 대표는 그 학생에게 동아리 활동, 목표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학생은 꾸준한 동아리 활동과 공부를 병행하며 서울대 합격이란 낭보를 전했다.

이 밖에도 공신의 도움을 받은 멘티들은 본인도 누군가의 멘토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멘토들 또한 학생들과 만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사회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보람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심창열 공신 멘토링팀장은 "멘토 관리 업무를 하면서 개인의 작은 호의가 누군가에게 인생을 바꿀 만한 의미 있는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밀했다.

아울러 공신은 국내에 그치지 않고 인도네시아에 '마하멘토(mahamentor)'를 열었다. 마하멘토는 산스크리스트어로 '큰', '위대한'이란 뜻인 'maha'와 멘토를 조합한 이름이다. '공신'과 비슷한 의미를 갖추는 동시에 현지 학생들이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으로 지었다.

마하멘토 설립은 강성태 대표의 동생인 강성영 씨가 2009년 대체 군복무의 일환인 국제협력재단(코이카)으로 인도네시아에 간 것이 계기가 됐다. 인도네시아에도 공신멘토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현지 친구들과 합심하게 된 것이다. 이에 영화 '엽기적인 그녀' 등 한류를 이용한 '드림캡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현지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 꿈이 있는 삶을 전파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현지 멘토는 500여 명으로 불어난 상태이다. 마하멘토 대표를 맡고 있는 강성영 씨는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공신은 미국에서 교육 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사회적 기업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의 사례를 본받아 앞으로도 교육 불평등과 사교육 문제 개선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누군가에게 인생의 전환점을 열어줄 멘토들이 오늘도 공신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기대하면서 말이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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