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자율주행車 현주소 上] 구글카 넘보는 대학 기술…"인식 기술 국산화가 필수"

입력 2013-12-29 09:39
수정 2014-01-03 08:58
국민대 등 국내 대학연구팀 장거리 자율주행 테스트 한창
10년 이내 국내외 기술 격차 10% 이내 좁혀질 전망



[ 최유리 기자 ] 지난 9월 한 지방도로에 특별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등장했다.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고 신호에 따라 멈추거나 이따금씩 차선을 바꾸는 것은 여느 차와 다름이 없다. 차이라면 조금 게으른(?) 운전자가 타고 있다는 것. 핸들이나 가속 페달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양손을 무릎에 곱게 올린 채 않아있을 뿐이다.

국내 대학들이 구글카 못지않은 성과를 내놓고 있다. 주행거리 약 50km 구간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시험 주행에 성공한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무인차량연구팀이 대표적이다. 공사 중인 일부 5km 구간에서만 차량들이 엉켜있어 운전자가 조작하는 수동 운전으로 전환했지만 그간의 연구 성과를 입증하기엔 충분했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김정하 교수(사진)는 "1997년부터 연구팀을 꾸려온 국민대 외에도 국내 대학 30~40개 팀이 자율주행차 연구에 뛰어들면서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팀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2007년이다. 현대차가 주관하는 '미래자동차 기술공모전'에서 저속주행 보조장치로 대상을 수상한 것.

수상한 기술은 저속주행 시 앞차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충돌 위험이 있으면 이를 미리 경고하는 시스템이다. 앞차의 위치와 차선을 감지하는 기술, 인식한 데이터를 통합하는 기술, 이를 통해 차의 속도와 방향을 제어하는 기술 등 자율주행차 개발에 필요한 기초를 쌓은 셈이다.

최근에는 라이더(LiDAR·전파에 가까운 성질을 가진 레이저관선을 이용해 범위를 감지하는 기술)에 기반한 V2I(vehicle to infrastructure) 시스템을 연구했다. 신호등, 표지판 등 주행에 필요한 도로 인프라가 차량에 신호를 보내면, 차가 이를 인지하는 기술이다. 차와 인프라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람이 보지 않고도 주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같이 자율주행차가 주행 환경을 인식하는 기술은 국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김 교수는 "자율주행차 기술은 크게 인식, 판단, 제어로 나뉜다"며 "제어 부분의 국내 기술은 글로벌 업체와 견줄만 하지만 인식 분야는 아직 해외 의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미국 델파이사(社) 같은 해외 업체들이 센서 관련 기술을 독점하고 있어 국산화가 쉽지 않다는 것. 센서 가격도 수억원에 달해 대학 연구팀이 들여오기 만만찮은 상황이다.

그는 "센서가 인지할 수 있는 범위에 따라 차의 주행 거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인식 기술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글로벌 업체와 비교했을 때 국내 기술은 50~60% 수준에 이른다는 평가다.

연구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현재 국내 도로교통법상 자율주행차는 일반 도로에서 달릴 수 없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해도 시험해볼 만한 장소가 없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차를 시험할 수 있는 공터를 찾아다니는 실정"이라며 "내년 대구에 ITS(지능형 교통시스템) 시험장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임대료가 높아 대학 연구팀들이 이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만 인프라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될 경우 국내 자율주행차 연구의 미래는 밝다는 전망이다.

그는 "자율주행차가 현실화되는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고 인력과 자본이 모이면서 연구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10년 이내 해외와 기술 격차가 10% 정도로 좁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완전 자율주행차는 아니지만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차에 탑승한 운전자가 컴퓨터 조작 기능을 대신해 주는 '반-무인자동차(세미 오토)'의 상용화는 2020년 이전에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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