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진 기자의 '까칠한 시승기'
[ 전예진 기자 ]
“연비, 성능 이딴 거 필요없어. 차는 무조건 이뻐야 돼.”
순백색 기아 스포티지를 모는 김모 선배의 지론이다. 자가용이라는 게 달릴 때보다 주차장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디자인이 예쁘지 않으면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는 것이다. ‘예쁘기만 하고 기름 많이 먹고 잔고장이 나면 어찌 할 거냐’고 물었더니 주유소나 정비소에 갈 때 잠깐 참으면 된단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새로 차를 구입한 사람들의 68%가 외관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는 어느 설문조사만 봐도 그렇다.
김 선배와 같은 외모지상주의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국산(?)차가 있어서 소개한다. 지난달 출시된 르노삼성차의 QM3다. 사실 르노삼성 이름표만 붙었을 뿐 물 건너온 수입차다. 국적은 정열의 나라 스페인. 투우와 플라멩코의 나라에서 온 이 세뇨리타를 8글자로 표현하자면 ‘알록달록 올록볼록’. 이국적인 색감과 볼륨감 넘치는 라인의 소유자라는 의미다.
아직 국내에 1000대만 풀린 탓인지 가는 곳마다 시선 집중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꽉 막힌 시내 도로를 지나는데 행인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는 통에 민망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귀엽다’, ‘예쁘다’, ‘저 차는 뭐지’ 이렇게 세 가지였다. 동글동글하고 지붕과 몸체 색깔이 다른 모양새는 시트로앵 DS3를 닮았다. 같은 프랑스 차인데도 감성 디자인과 색감은 시트로앵을 따라가지 못하던 르노가 드디어 정신을 차린 것 같다.
문이 2개인 DS3와 달리 QM3는 문이 4개여서 실용적이고 내부공간도 훨씬 넓다. 센터페시아에는 동그랗고 납작한 내비게이션이 쏙 들어가 있는데 미키마우스 모양의 계기판이 있는 미니와 비슷하다. 내비게이션은 T맵과 연동돼 편리하다. 대시보드 윗부분을 누르면 자질구레한 물품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위로 솟아오른다. 조수석 앞도 책상서랍처럼 앞으로 끌어당겨 열게 돼 있다. 서랍 손잡이는 은은하게 불이 켜져서 예쁘다. 시트와 에어컨 테두리, 문 안쪽 등에 깜찍하게 포인트 색상도 넣었다.
다만 시동을 걸면 덜덜거림이 심하다. 차체가 작아서 디젤의 떨림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오르막길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부웅’ 하는 소음이 들리고 힘이 달리는 것도 아쉽다. 1.5L 디젤 엔진이 90마력을 내니 그럴 수밖에. 그래도 1.4L 가솔린 엔진으로 140마력을 내는 쉐보레 트랙스(1940만~2289만원)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가격은 풀옵션이 2450만원이다. 1.4 디젤 엔진, 68마력에 2890만원인 DS3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힘은 없지만 연비는 착하다. 18.5㎞/L로 1등급이다. 서울 시내를 1시간가량 운전했는데 연료 계기판 눈금이 한 칸도 내려가지 않았다. 일부러 안 좋다고 쓸 수 없어 ‘편파 시승기’가 돼 버렸다. 그래도 어쩌겠나. 사람이든, 차든 예쁘고 볼 일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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