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몰고 나타난 신형 제·네·시·스

입력 2013-12-26 07:08
수정 2013-12-26 15:52
[ 이건호 기자 ]
현대자동차의 야심작 신형 제네시스(DH)가 불경기에도 보름 만에 계약 대수 1만3000대를 기록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구형 제네시스(BH)가 계약 1만대를 넘어서는 데 18일 걸린 것에 비해 신형은 12일 만에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제네시스 출시를 앞두고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서울과 부산 두 곳에서 운영한 프라이빗 쇼룸에는 총 5600명이 다녀갔다. 당초 3000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외로 고객 반응이 뜨거웠다. 현대차에 따르면 40대 이하 젊은 층 고객 방문이 69%로 가장 많았다. 방문자의 43%는 수입차를 갖고 있었다.

젊은 층 고객 ‘급관심’

현대차에 따르면 구형 제네시스의 30~40대 구매 고객 비율(사전계약 기준)은 42%에 불과했지만 신형 제네시스는 48%로 6%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최근 유럽형 ‘라이드 앤드 핸들링(R&H)’과 주행감을 선호하는 고객층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현대차는 분석한다. 독일계 수입차가 늘어나면서 탄탄한 하체와 핸들링의 맛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신형 제네시스가 이 수요층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업 현장에서도 젊은 층의 문의가 많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기존 제네시스 후광효과

구형 제네시스의 성공은 소비자들에게 후속 모델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구형 모델은 미국 시장 출시 첫해인 2008년 6개월여 만에 6000대 넘게 판매됐다. 특히 한국 차로는 처음으로 2009년 1월 ‘북미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에 뽑혔다. 이에 힘입어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2009년 1만3604대 △2010년 1만6448대 △2011년 1만8850대 △2012년 2만2687대 등 꾸준히 판매를 늘려 현지 진출 5년여 만에 10만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8년 1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총 13만4539대가 팔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합리적 가격·첨단 장치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 구입 고객들이 가장 만족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가격이다. 제네시스 가운데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모델은 G330프리미엄(5260만원)으로 전체 계약량의 50%가량을 차지한다. 제네시스에는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스마트공조시스템 △전동식 뒷면 유리커튼 등이 모두 기본으로 탑재돼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싼 돈을 주고 사양이 낮은 수입차를 타느니 같은 가격이면 첨단 안전·편의장치가 많은 새 차를 타겠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선택률이 70%가 넘는 4륜 구동 시스템(HTRAC)을 모든 모델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한 점도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다만 안전을 강조하다 보니 차량의 무게가 구형 모델보다 150㎏가량 늘어나 연비가 다소 낮아진 부분은 아쉽다.

단단한 하체·유연한 허리

신형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모든 기술력을 담은 차량’답게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 지난 17일 오전 광주공항에 내리자 주차장에 50여대의 제네시스가 대기 중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웅장하면서도 강인한 디자인과 훨씬 커진 듯한 느낌의 차체 크기. 길이 4990㎜, 높이 1890㎜, 휠베이스(앞뒤 바퀴축 간 거리) 3010㎜로 구형 모델보다 커졌다. 스마트키를 손에 쥔 채 차량 뒤쪽으로 다가서자 ‘삐삐’하는 경고음과 함께 트렁크가 열렸다. 국내 최초로 적용된 ‘스마트 트렁크 기술’이다.

본격적인 성능 체험을 위해 운전석에 앉았다. 다양한 버튼이 배열된 센터페시아가 고급스러웠다. 시동을 걸고 액셀러레이터(액셀)를 밟자 부드럽게 움직였다. 주행모드를 ‘노멀(normal)’로 맞췄는데 시속 60㎞ 이하에서는 노면소음과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신형 제네시스에는 람다 3.3GDI엔진과 3.8GDI엔진이 탑재됐으며 시승 차량은 3.8 최고급 사양인 ‘프레스티지’였다. 최고출력 315마력, 최대토크 40.5㎏·m의 성능을 낸다.

액셀을 조금 더 밟자 시속 80~120㎞까지 속도계가 빠르게 올라갔다. 잠시 차량 앞유리의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서 눈을 뗀 순간 어느덧 속도계가 시속 160㎞까지 올라가 있었다. ‘스포트(sport)’ 모드로 바꾸고 액셀에 힘을 더 주자 엔진 회전수를 표시하는 RPM 게이지가 급격하게 올라가며 시속 200㎞까지 거침없이 내달렸다. 고속에서도 하체가 단단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빠른 속도로 차선을 바꾸거나 코너를 돌아 나갈 때도 타이어가 도로를 꽉 움켜잡고 있는 듯했다.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에 도착해 ‘스포트’ 모드로 맞추고 출발 신호와 함께 액셀을 끝까지 깊숙이 밟았다. 몸이 뒤로 젖혀지며 차가 튀어 나갔다. 국내 최초로 적용된 전자제어식 AWD(상시 4륜 구동)시스템이 주행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반응해 네 개의 바퀴에 최적의 구동력을 배분하는 듯했다. 광주공항에서 영암까지 약 90㎞의 일반도로와 KIC 내에서의 짧은 서킷 주행을 통해 제네시스가 무엇보다 ‘달리기’에 집중한 차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영암=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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