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1년 전,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2013년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231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12월20일 코스피지수 종가는 1983.35. 1997.05로 장을 마친 지난해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올 10월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긴 했지만 2000선을 갓 넘은 수준이어서 눈높이에 부응하진 못했다.
국내 증시는 올 1년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해를 보냈다. 벤 버냉키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6월에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자 코스피는 급락했다. 이후 6개월간 테이퍼링 이슈는 글로벌 증시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로 2000선을 다시 넘어선 뒤 주저앉았다. ‘빙빙’ 돌아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증시 침체를 맞은 국내 증권가엔 칼바람이 몰아쳤다. 거래대금이 줄어 수수료 수익이 급감한 증권사들의 실적은 곤두박질했다. 증시 사상 첫 2000선을 돌파했던 2007년과 비교하면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은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증권사가 늘면서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다.
◆개미 떠나고, 외국인에 울고 웃었다
올해 국내 유가증권 시장을 좌우한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상반기에만 10조 원 어치를 팔은 뒤 하반기 들어 16조 원 어치를 사들였다. ‘버냉키 쇼크’로 상반기 매도 규모를 키웠지만 점차 한국시장의 저평가 고성장 매력이 확대되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등을 돌렸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19조7864억 원 어치를 팔아치워 5년째 순매도를 이어갔다. 올해 매도액은 5년 만에 최대다. 처음으로 매도세로 돌아선 2009년 1조9000억 원에 비해 20배 가량 늘어났다.
개인의 빈 자리는 기관투자자들이 메웠다. 기관은 3년째 순매수다. 지난해(4조446억 원)보다 매수 규모를 늘려 7조8458억 원 순매수를 나타냈다.
거래대금은 쪼그라들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가 줄어든 게 원인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대금은 1000조 원을 밑돌며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2007년 이후 코스피 거래대금은 꾸준히 1000조 원을 넘었지만 올해는 950조 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인 2011년 거래대금 1702조 원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4조424억 원에 그쳐 5년 만에 최저치다.
◆삼성·LG 시가총액 줄어
코스피 대형주의 시가총액은 950조 원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대형주가 제자리걸음을 한 사이 중형주와 소형주가 코스피 시가총액을 끌어올렸으나 역부족이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이달 20일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20조 원(1.46%) 늘어난 1171조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주요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은 감소했다. 지난해 743조 원에서 올해 740조 원으로 3조 원 줄었다.
그룹별로는 LG의 시가총액이 9%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삼성도 3.86% 줄어 325조 원에 머물렀다. 포스코, 롯데그룹도 감소했다.
반면 SK는 16.01% 증가해 68조 원에서 79조 원으로 뛰었다. 신세계(10.29%), 현대자동차(3.22%), CJ(4.60%), 한화(2.41%) 등도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건설과 운수창고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14.53%, 21.75%씩 떨어졌다. 삼성전자가 속한 전기전자도 2.39% 줄었다. 반면 43% 증가한 의료정밀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통신(26%), 종이목재(17.97%), 섬유의복(14.68%) 등도 커졌다.
박세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운송 등 경기민감 업종이 저조했고 통신, 보험, 미디어 등 방어업종의 성과가 양호한 한해였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지루하게 이어진 글로벌 경기회복 우려와 양적완화 축소 이슈 등으로 경기 민감 업종에 대한 신뢰도가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반기에는 중소형주가, 하반기에는 대형주 성과가 부각되는 양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