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의 ‘우리안의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인간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이 문제는 고대부터 철학자들의 단골 주제였으며 최근에는 사회학과 경제학의 주된 관심 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이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책과나무를 통해 출간된 ‘우리안의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배민 저)’다.
저자 배민은 인간이 이기적인지 이타적인지 묻는 문제는 결국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오해와 관련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의학과 역사학을 중심으로 하는 경험론적 논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정작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사회적 현상의 핵심은 개인주의나 집단주의와 같은 문화적, 심리적 차이, 즉 서로 다른 성향과 사유 방식에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를 개인의 성향과 관련시켜 ‘성향적 전략’이라고 개념화하고 있다. 우리의 사회적 상호작용의 바탕에는 전략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한 저자는 현대 사회의 갈등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 간의 상호 몰이해 역시 물질적 가치관에 경도된 사회분위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정신적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면 뜬구름 잡는 사람으로 몰리는 사회적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나 자신은 무엇에서 만족을 느끼는가와 같은 정신적 측면이 책에서는 학문적이고도 흥미로운 방식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책의 앞부분에는 의학적, 뇌과학적 지식에 대한 철학적 구조화와 더불어 이성과 감성에 대한 인식론적 탐색이 전개된다. 비전공자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중간 부분에 이르면 가상 인물과 가상 실험 방법을 제시하는 신선한 사회과학적 글쓰기를 만날 수 있다. 뒷부분에는 역사학적, 정치경제학적 시각이 펼쳐진다. 그러한 논리 전개의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의 교육과 경제 문제 등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도 선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하나의 주제를 향해 가면서도 상이한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 학문, 즉 통섭의 매력을 진정으로 선사해 보여준다. 책 한 권으로 인문학, 의학, 과학, 역사학, 경제학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속에 예술적 상상력과 날카로운 학문적 통찰력을 가득 채웠다.
다양한 인용에 대한 출처 문헌과 저자의 견해에 대한 친절한 주석이 포함된 학문서적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풍부한 문화 예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교양 있는 위트가 곁들여져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배민 작가는 “우리는 흔히 사람을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잣대로 판단한다. 게임이론과 같은 경제학적 논쟁이 이를 잘 반영한다”며 “이젠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진보, 보수 논쟁의 근본에 있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 직시할 시점에 와있는 것 같다. 문제는 상대적 박탈감이 아닌 정신적 공허감이다.”라고 말한다.
한편 저자 배민은 서울대학교에서 인문의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숭의여고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주경야독형 교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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