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치인은 빠질 듯
신년 기자회견도 추진
[ 도병욱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설 명절(1월30일~2월1일)을 계기로 생계형 범죄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 박 대통령은 또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새해 구상을 밝힌다.
박 대통령은 2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하고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한 특별사면을 고려하고 있다”며 “내년 설 명절을 계기로 특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 대상과 규모는 가급적 생계와 관련해서 실질적인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지시했다.
◆“정·재계 사면 가능성 낮아”
사면 대상이나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경제계 및 정치권 인사는 배제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원칙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 특사 단행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이번은 물론이고 박 대통령 임기 내 정·재계 인사에 대한 사면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취임 후 특별사면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당선인 시절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사 단행에 대해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 적도 있다.
박 대통령이 특사 대상을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로 설정한 것은 대선 당시 대통령 특별사면권의 엄격한 제한을 공약으로 내건 취지를 지키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생활고 등에 따른 범죄로 고통을 겪는 서민들에 대한 ‘상당 규모’의 특별사면이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해 설에는 생계형 민생사범,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일반 형사범 955명을 특별사면·감형·복권했다.
특사에 대해 부정적이던 박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친서민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표상으로는 경제성장률과 일자리창출 등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감지되지만, 서민들의 체감도는 이와 괴리가 있어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서민들의 삶을 보듬고 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박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도 특사 단행의 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은 48%로, 5월 이후 처음 40%대로 떨어졌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질 경우 국정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만큼 특사를 통해 여론 반전을 꾀하겠다는 해석이 나온다.
◆“불통 이미지 불식”
박 대통령이 이날 신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0%가 그 이유를 ‘소통 미흡’으로 꼽았는데, 기자회견이라는 방식으로 이런 비판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매년 새해가 되면 대통령의 신년 구상과 아젠다, 정책 방향 등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 앞에 밝혀왔다”며 “내년 새해에는 신년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취임 후 처음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