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펀드결산③] 증시 침체 속 '스타펀드' 탄생 … 정재원 IBK운용 매니저, 1년 수익률 30%

입력 2013-12-23 08:26
수정 2013-12-23 16:49
[ 김다운 기자 ] 새로운 스타 펀드가 탄생했다.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국내 주식형 펀드는 IBK자산운용의 'IBK중소형주코리아' 펀드. 론칭 1년밖에 않된 새내기 펀드다.

20일 [한경닷컴]이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지난 13일 기준 연초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IBK중소형주코리아 펀드가 29.47%로 1위를 차지했다.

코스피지수 등락률이 -1.46%로 뒷걸음친 가운데 이뤄낸 놀라운 성과다.

펀드를 운용하는 정재원 IBK자산운용 펀드매니저(사진 · 34)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컴퓨터공학으로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사회생활 첫걸음은 셋톱박스 업체에서 시작했다.

그는 컴퓨터공학 전공 7년, IT 업체 근무 3년으로 10년간의 IT 경력을 모두 버리고 증권업계에 뛰어들었다. 주식 투자가 재미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정씨는 고려대 가치투자동아리인 'KUVIC' 창단 멤버기도 하다.

"주식이 너무 재밌어 정말 미친듯이 일했어요.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내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보람입니다. 제가 투자한 시가총액 500억 원짜리 기업이 5000억 원, 1조 원이 되는 걸 봤을 때 그 희열은 표현하기 어려워요."

정 매니저는 2007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입사해 펀드매니저로서 첫발을 떼었다. 가치투자의 대가인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이 그의 스승이다. 이후 2011년 IBK자산운용에 합류했다.

IBK중소형주코리아 펀드는 그의 자식 같은 존재다. IBK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뒤 1년 동안 펀드 운용 컨셉트와 투자전략 등을 직접 준비했다.

2012년 10월 펀드를 처음 설정했을 때 운용자산은 1억5000만 원. 하지만 펀드 수익률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가입자가 늘기 시작했다. 최근 펀드로서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기준점인 수탁고 100억 원을 넘겼다.

"공대 출신이다보니 기술력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따르기보다는 시장에서 얘기 안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요. 어떤 산업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 직접 논문 같은 자료를 뒤지면서 조사하고 예측하는 편입니다."

한국밸류운용 출신답게 그도 가치투자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다. '좋은 기업을 싼 가격에 사자'는 게 정 매니저의 투자 철학이다.

올 상반기에는 중소형 가치주들이 재평가받으면서 좋은 수익률을 올렸다. IBK중소형주코리아 펀드는 상반기 1, 2위의 최상위권 성과를 냈다. 대형주들이 상승하기 시작한 하반기부터 수익률 관리에 고전하기도 했으나 수익률 방어에 성공해 1년 성과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정 매니저는 연간 기대 수익률이 50% 또는 6개월 기대 수익률이 30%일 때를 기준으로 두고 투자 종목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탐방을 다니면서 300~400개의 투자 후보군을 정해놓는다. 탐방 후 각 회사의 매수 포인트를 상세하게 정리한 엑셀 파일은 그의 투자 노하우가 집대성된 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

"탐방을 다니다보면 회사가 변할 만한 시점이 언제구나 하는 감이 잡혀요. 예를 들면 공장이 완공되면서 매출이 뛰어오를 만한 시점에 투자하면 수익이 납니다. 그렇게 예상되는 이벤트들을 회사별로 미리 체크해두고 투자 타이밍에 이용하죠."

정 매니저가 꾸준히 투자해온 리바트는 연초 5000원 대에서 현재 1만1000원 대까지 2배 이상 올랐다. 투자는 1년 정도 했지만, 그가 이 회사를 지켜본 것은 5년이나 된다. 그 동안 별다른 모멘텀이 없었지만, 현대그린푸드에 인수된 뒤 현대백화점을 통한 유통망이 탄탄해지고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건설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판단에서 과감하게 매수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조선주와 조선기자재 주식들도 연초부터 사들여 50% 이상의 수익을 냈다. 조선업황 사이클이 10년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 5년 동안의 부진을 딛고 바닥을 찍은 상황으로 판단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최근 2년 동안 중소형주들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운이 좋았지만 내년에는 중소형주나 중소형주 펀드 중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잘되면서 중소형 부품·장비주들이 모두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스마트폰 성장세가 꺾여 경쟁력과 규모를 갖춘 회사들만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고 나머지는 도태될 것으로 봅니다."

장기적으로는 IT 부품·장비주들의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급속하게 발전할 것으로 보이는 웨어러블 컴퓨터들도 스마트폰과 동일한 디스플레이·센서·기판 등의 부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 앞으로 스마트폰보다 더 큰 모멘텀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매니저는 "중소형주 펀드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생각하고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 며 "국내 경제 성장이 대기업만으론 한계가 있어 앞으로 중소기업들이 꾸준히 발전할 것으로 보며, 이런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펀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박람회장 발칵'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 등장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
▶'미인주'만 골라 잡는 주식계의 진정한 카사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