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현 기자 ]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그려요. 한 제품이 탄생하는데 수백 가지 생각이 모이고 수십 건의 시안이 버려지죠.”
인천 부평에 있는 동부대우전자 냉기연구소 2층 품평회실로 들어서면 3면의 벽면 가득 A4 용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수백 장의 종이 위에 펜으로 직접 그린 디자인 아이템이 가득하다.
지난 19일 동부대우전자 냉기연구소에서 만난 허동규 냉기디자인파트장(수석연구원)은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라며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고 느낀 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디자인을 앞세운 냉장고가 ‘동부대우전자 부활’의 선봉에 섰다. 올해 동부대우전자가 출범한 후 처음 내놓은 신제품도 냉장고였다. 지난 4월 3도어 냉장고 ‘클라쎄 큐브’를 출시했고 두 달 뒤 150L 소형 냉장고 ‘더 클래식’을 선보였다. 지난달엔 국내에서 가장 작은 스탠드형 김치냉장고도 내놓았다.
특히 1인 가구를 겨냥한 복고 스타일의 ‘더 클래식’은 한 달에 2000대씩 나가는 히트 상품이다. 이종욱 책임연구원은 “1인 가구가 많은 일본에서 한 달 먼저 선을 보였는데 반응이 좋아 성공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800L급 대용량인 ‘클라쎄 큐브’는 오른쪽 냉장 공간을 위아래 두 부분으로 나눈 3도어 구조로 주목을 받았다. 냉장실 아래는 김치냉장고로 활용할 수 있다. 이성진 책임연구원은 “문 안쪽에 3차원(3D) 프린트 공법을 적용한 메탈 시트로 입체적인 패턴을 살렸다”고 말했다.
이런 실험정신과 도전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고 있는 가전 업계를 뚫는 힘이 됐다. 해외 시장도 세밀한 현지화 전략으로 틈새를 공략했다. 이재훈 선임연구원은 “가구별로 가정부를 두는 중동엔 열쇠로 문을 여는 냉장고, 깨끗한 물이 부족한 중남미는 정수기 일체형 냉장고로 공략했다”며 “각국의 특색에 맞는 냉장고를 디자인하려면 현지 음식뿐 아니라 문화와 생활 전반을 다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 파트장은 “디자인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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