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교통정리'…금융당국, 컨트롤타워 가동

입력 2013-12-22 21:00
구조조정 실무회의 정례화
쌍용건설 등 처리방안 논의


[ 이상은 기자 ] 금융감독 당국이 기업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산업은행의 주요 관계자들이 모여 현대그룹·한진그룹 등 대기업집단의 유동성과 자구계획 등을 점검하고, 쌍용건설 등 채권단 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하는 기구다.

○금융위·금감원·산은 관계자로 구성

22일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일 금융위에서 첫 ‘구조조정 실무회의’를 열었다. 이름은 실무회의지만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이 주재하고 금감원과 산은 고위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였다. 금융위에서는 고 처장 외에 김용범 금융정책국장과 김기한 구조조정지원팀장이 참석했으며 금감원에서는 조영제 부원장 및 김진수 기업금융개선국장, 산은에서는 김한철 수석부행장과 류희경 부행장이 나왔다.

이들은 22일 발표된 현대그룹의 자구계획안을 검토하고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거나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주요 그룹의 상황을 두루 살펴봤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진·현대·동부·STX·동양그룹과 쌍용건설 등의 구조조정 진행 현황을 공유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모임을 앞으로 주 1회 정기적으로 열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와 별도로 구조조정지원팀을 구조조정지원과로 한 단계 높이고, 인원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중이다.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 주겠다”

구조조정 실무회의가 만들어진 것은 올 들어 STX그룹과 동양그룹 해체 과정에서 정부 내 기업 구조조정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시장의 비판을 받아들인 결과다.

금융위·금감원·산은은 그동안 개별 그룹의 구조조정 방향을 둘러싸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9월 동양그룹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 금감원은 오리온그룹에서 도와 주기를 기대한 반면, 금융위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한진해운이 은행 보증서를 바탕으로 4억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 원장 등은 영구채에 보증을 서도록 은행들을 압박했지만 산은은 발행이 이미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해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등 ‘플랜B’를 짜고 있었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구조조정 주체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준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실무회의가 결성된 이상 앞으로는 일관되고 통일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STX조선 등 처리 결정

실무회의는 쌍용건설과 STX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중인 기업들의 향방을 결정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쌍용건설은 그동안 채권단 지원을 받아 명맥을 유지했지만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가능성도 높게 거론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최근 다른 채권단에 쌍용건설의 자본잠식을 해소해 상장폐지를 면하려면 신규자금을 투입해서 곧바로 이를 출자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배임 문제까지 거론될 수 있다는 게 다른 채권단의 공통된 입장이다. 채권단과 군인공제회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1조원 이상의 숨겨진 부실이 드러나 채권단의 추가 지원 규모가 1조8500억원이나 증가하게 되는 STX조선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도 실무회의에서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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