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계증시 어떻게 변했나
다우 24%·닛케이 53%↑ QE 덕에 사상최고 행진
中, 규제 등 악재로 8% 뚝…'정치혼란' 동유럽 고전
[ 남윤선 기자 ] ‘사상 최고.’ 올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주식 뉴스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올해 40번 넘게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최고치를 경신하며 올 들어 50% 넘게 올랐다. 양적완화 효과와 경기회복이 더해진 결과다. 반면 지난해까지 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신흥국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한국경제신문이 22일 주요 75개국의 올해 주식시장 상승률(12월20일 마감 기준)을 분석한 결과 브라질, 터키 등 신흥국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신흥국의 빈자리는 베트남, 나이지리아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프런티어 마켓이 채웠다. 또 국가부도 위기에서 빠져나온 아일랜드, 그리스 등도 저가매수를 노리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프런티어 마켓·위기극복국 선전
올해 세계 증시의 우등생 그룹은 크게 선진국, 프런티어 마켓, 위기극복국으로 나뉜다.
선진국 중에선 일본 닛케이지수가 올 들어 52.67% 올라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양적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로 풀린 자금이 대거 증시로 유입된 덕이다.
미국 증시는 올해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은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을 뛰어넘은 4.1%(연율)를 기록할 만큼 경기회복세가 뚜렷하다. 경제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도 전문가 예상치인 1.4%를 0.6%포인트나 뛰어넘은 2%를 기록했다. 지난 18일 미국 중앙은행(Fed) 자산매입 축소 결정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3대 지수인 나스닥, S&P500, 다우지수의 올해 성장률은 각각 32.71%, 27.49%, 23.79%였다.
프런티어마켓의 상승세도 눈부셨다. 신흥국에서 등을 돌린 글로벌 유동성이 잠재력이 큰 시장을 찾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파키스탄(51.31%), 나이지리아(40.90%), 케냐(39.33%), 베트남(21.93%) 등이 대표적이다.
베트남은 외국인 주식보유 한도를 현행 49%에서 60%로 올리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금융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게 호재다. 파키스탄은 올해 7~10월 사이 지난해보다 2000만달러 이상 늘어난 1억4100만달러의 외국인 자금을 증시에 끌어들였다. 투자자들이 장기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이지리아는 7%대의 고성장과 1억6000만여명의 내수시장이 국제 투자자금의 주목을 끌고 있다.
‘사망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나고 있는 아일랜드(32.27%), 그리스(23.79%) 등도 올해 크게 상승했다. 아일랜드는 최근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그리스도 지난 2일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2단계나 올리는 등 “최소한 부도는 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마크 모비우스 프랭클린템플턴 신흥시장그룹 회장이 10년 만에 “그리스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승률 1위는 베네수엘라가 차지했다. 450%가 넘게 올랐다. 시장 개방에 반대했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풍부한 원유 자원에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증권거래소에선 단 15개 종목만 거래되고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신흥국·정치불안국 고전
신흥국, 정치불안국은 올해 주식시장의 열등생으로 전락했다. 대표적 신흥국인 브라질(-16.02%), 터키(-10.46%), 중국(상하이종합지수·-8.12%) 등의 하락폭이 컸다. 브라질은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연이어 금리를 올린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터키는 GDP의 6%대에 달하는 고질적인 경상수지적자를 해결하지 못했다. 최근엔 검찰이 비리사건에 연루된 장관 2명의 아들을 구속시키고 정부가 수사 중인 경찰을 파면하는 초유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중국은 “외부 변수가 좋지 않았고 시진핑 주석의 각종 경제개혁 작업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규제 때문에 IPO(기업공개) 공급도 모자랐다”(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는 분석이다.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4.86%)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난해 제조업 중심의 안정적 경제구조로 주목받았던 동유럽의 체코도 올해 5.87% 하락했다.
이관석 신한은행 맞춤솔루션팀장은 “동유럽은 서서히 성장할 뿐 특별한 이슈가 없었던 한 해”라고 평가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