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中시장, 밀려나는 한국산 (3·끝) 단순 상품판매보다 공유형 수익모델로 승부
현지 취향 맞춘 기아차 전략
디자인보다 가격 중시하는 내륙고객 위해 단종모델 생산…5년 만에 판매량 4배 늘어
성장의 과실 공유하라
옌청시 세수의 60% 기여…市는 신속한 인허가 '윈윈'…中정부 정책흐름 따라가야
[ 옌청=서욱진 기자 ]
중국 장쑤성 옌청국제공항에 내리자 곳곳에 한글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기아자동차의 도시’라는 별칭답게 도로 안내판에도 모두 한글이 병기돼 있었다.
‘소금의 성’이라는 뜻의 옌청은 도시명에서 알 수 있듯, 소금 산지로 유명한 시골이었다. 그러나 2002년 기아차가 진출한 이후 공업 도시로 변신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는 650여개 딜러를 통해 중국 전역으로 판매된다. 산업연구원이 한국무역협회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중국 내수시장 진출전략 보고서’는 옌청 기아차를 중국 내수시장을 효율적으로 개척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았다.
◆중국 소비자 ‘갑’ 대우 확실히 해야
이 보고서는 중국 내수시장을 개척하려면 중국 소비자가 ‘갑’이라는 확고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면에서 우월한 한국에서 통하는 제품인 만큼 중국에서도 잘될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기아차가 옌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을’의 자세로 몸을 낮춰 중국인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 덕분이다. 기아차는 신차를 선보이기 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품평회를 열어 중국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했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을 위해 한국보다 차체를 길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디자인보다 가격을 중요시하는 내륙 고객들을 위해 한국에서는 단종된 과거 모델도 계속 생산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08년부터 판매가 급격히 늘었다. 2008년 14만2000대였던 이 회사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 48만1000대에 이어 올해는 54만5000대가 예상된다. 5년 만에 4배가량 늘어났다.
◆독식하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산업연구원은 중국에선 성장의 과실을 더 많이 공유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품만 팔겠다는 생각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필요할 땐 경쟁력 있는 중국 파트너를 찾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기아차는 둥펑 및 옌청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 3대 자동차 회사인 위에다와 함께 2002년 3월 옌청에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를 만들었다. 지분율은 기아차 50%, 둥펑과 위에다가 각각 25%다. 중국 기업과의 합작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었다. 윤여성 둥펑위에다기아 기획본부장은 “중국인들은 중국에서 생산되면 ‘중국 차’라고 생각해 외제차라는 거부감이 없다”며 “위에다 등 유력 기업과의 합작은 마케팅이나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재투자 등으로 옌청시 발전에 기여하자 옌청시는 다양한 지원책으로 화답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둥펑위에다기아와 협력업체는 옌청시 세수의 60%가량을 차지한다.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3공장 건설 허가가 한 달 반 만에 떨어진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구빈 옌청 경제기술개발구 한국공업원 서기(대표)는 “옌청 부시장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베이징에 상주시키면서 인허가를 지원했다”며 “3공장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 정책에 거슬리는 건 금물
보고서는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의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면 그 성장에 합류하라’는 말을 인용해 중국 정부의 정책 흐름에 따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가동 예정인 둥펑위에다기아 3공장은 1, 2공장에는 없는 대규모 연구 시설과 주행시험장을 갖췄다. 기술 이전을 소홀히 하는 해외 기업에 페널티를 주려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간파한 조치다. 덕분에 생산 인허가가 조기에 떨어질 것으로 기아차 측은 기대하고 있다.
성장 속도를 조절해 빈부 격차를 줄이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해하려는 노력 역시 중국 사업을 성공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벤처기업연구실장은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자동차나 부품소재 쪽에 새로 진출하는 건 위험하다”며 “낙후된 내륙 지방에 진출하면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포화 상태인 도시나 동부 연해지역에서는 오히려 규제 등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옌청=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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