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미세먼지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이 급기야 인공강우 처방까지 쓸 모양이다. 난방용 석탄과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에 직경 2.5㎛(PM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300배 이상 치솟자 내놓은 대책이다. 앞이 안 보여 고속도로가 폐쇄될 지경이니 더 방치할 수도 없게 됐다.
초미세먼지는 폐포에 침투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이런 유해물질이 북서풍이나 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넘어오는데, 올해의 경우 30~50%가 ‘중국산’이다. 연탄을 때던 1960~70년대 광화학스모그로 서울 하늘이 잿빛이었던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 몇 달 전 중국이 베이징 PM2.5의 25%를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그래서 나온 특단의 대책이 인공강우다. 인공강우는 항공기나 로켓 등으로 비를 만드는 씨를 구름 속에 뿌려 강우량을 늘리는 것이다. 높은 구름에는 꼭대기 부분의 구름입자가 얼음 상태이기 때문에 요오드화은(아이오딘화은)과 드라이아이스를 씨로 활용한다. 낮은 구름에는 염화나트륨이나 염화칼륨 같은 흡습성 물질을 사용한다.
최초의 인공강우는 1946년 미국의 빈센트 쉐퍼가 4000m 상공에서 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리는 방식으로 성공했다. 중국에서도 2007년 6월 랴오닝성 대가뭄 때 이를 활용한 적이 있다. 1차로 인공강우용 로켓 1500발을 발사해 2억8300만t의 비가 내리도록 했고 2차로 항공기 3대와 로켓 681발로 5억2500만t의 비를 얻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는 수십 발의 로켓으로 먹구름 속 비를 미리 내리게 한 덕분에 올림픽 기간 내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미세먼지를 씻어내기 위해 인공강우를 만든 적은 한 번도 없다. 베이징시의 기상 전문가도 “스모그가 발생하는 날은 공기 유동성이 적고 기상이 안정돼 있어 인공강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국지적인 인공강우로는 광범위한 스모그를 제거하기 어렵다고 한다. 냉각제로 안개를 얼려 땅에 떨어뜨리는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 대기 중에 폭탄을 터뜨려 저기압을 만들고 강풍을 일으키는 인공강풍까지 연구 중이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달 탐사선까지 띄우는 과학기술로도 어찌하지 못하는 게 미세먼지라니 “정부보다 마스크를 믿는다”는 중국 사람들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스크는 중국 최대 온라인몰에서 작년보다 181%나 더 팔렸다고 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