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하 기자 ] # 70대에 접어든 김상면 교수(가명)는 속이 타들어갔다. 증권사에 노후자금 9억 원을 맡겼지만 손실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원금을 까먹으면서 손실 금액은 6300만원가량으로 커졌다. 그는 위탁 증권사를 옮겨 볼까도 생각했으나 것도 신통치 않아보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깊어졌다. 그러다 2개월여 전 쯤에 담당 자산관리전문가(PB)한테 연락이 왔다. '새로운 서비스'를 제안하고 싶다는 말에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상담이나 할 요량으로 시간을 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9월 말부터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강화를 위해 '포트폴리오 솔루션팀(Portfolio Solution Team, PST)'을 운영하고 있다. PST는 PWM(Private Wealth Management)본부 소속으로 고객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글로벌 포트폴리오 솔루션 제공 등을 주업무로 하는 서비스팀이다. 상품, 마케팅, 부동산, 세무 분야 등의 전문가 9명으로 구성돼 있다.
PST는 담당 PB와 같이 김 교수에게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권했다. 김 교수의 포트폴리오는 국내펀드와 랩 비중이 63%, 해외채권과 대안펀드가 각각 10%, 7.7%, 국내채권이 3.9%, 기타유동성자산 15.2%이었다. 해외펀드는 편입 비중은 0%.
국내 자산에 거의 '몰빵(?)'하듯이 했던 포트폴리오로는 손실이 더 커질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었다. 그는 해외펀드 비중 확대를 위해 중국1등주신탁을 편입했으며 유동성 자산에 대한 수익률 높이기 위해 ELS 상품을 편입시켰다. 반대로 손실 커졌던 국내 주식펀드·랩에 대해 비중은 줄였다. 중국1등주신탁은 지난 9월 이후 15%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PST 내 컨설팅 총괄을 맡고 있는 양경식 이사는 "각 부서의 전문가들이 모여 지난 9월부터 종합자산관리서비스의 일환으로 고액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 재구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자산관리에 문제가 발생한 투자자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담당 PB와 함께 해결책을 제시해왔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총 107건까지 제안서를 각 지점 PB와 투자자들에게 보냈으며 이 가운데 요청이 들어온 53명을 직접 대면해 상담 서비스를 진행했다. 직접 대면한 고액자산가 중 절반가량이 손실자산이나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했다. 기존 투자자 외에도 신규로 7명의 고액자산가에게 서비스를 제안해 320억 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양 이사는 "증시 업황이 부진한 상황이 3~4년간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상당히 누적돼왔다고 판단했다"며 "일단 PB와 함께 투자자를 만나면 제일 먼저 사과부터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만났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처음에는 쌓였던 불평을 터트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포트폴리오의 위험도나 손실회피 방법에 귀를 기울였다.
PST는 하나대투증권이 내세운 '종합자산관리 명가'라는 목표를 향한 가장 '날카로운 창'이라는 게 양 이사의 표현이다. 회사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던 고액자산가들의 자산부터 다시 챙기면서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만들겠다는 것.
양 이사는 "PB 등 기존 관리자들 입장에서는 3~4년씩 불황이 이어지다보니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기 애매해졌고 투자자들은 그들대로 방치된 기분이 들었을 것"이라며 "PST의 역할은 굳이 비유하자면 투자자와 PB 등 관리자들의 '어긋난' 관계를 다시 연결하고 회복시키는 '관계의 지렛대' 정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고액자산가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요청이 있을 경우 3개월 단위로 한 번씩 분석 보고서와 포트폴리오 제안서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장 9개월 간 3회정도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방침이지만 다음해에는 투자자 성향을 분석해서 거꾸로 먼저 제안을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중복 데이터를 포함해 현재 서비스 대상자는 360명 수준이다.
양 이사는 "기존 증권사들의 서비스가 단순히 상품을 팔고 가입자를 유치하는 수준이었다면 PST는 본격적인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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