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다운 기자 ]
2013년 부진한 증시 속에서 가치주 펀드가 빛을 발했다. 가치투자 명가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신영자산운용·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가장 좋은 펀드 수익률을 기록했다.
19일 [한경닷컴]이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지난 13일 기준 연초 이후 자산운용사별 국내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11.94%로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
신영자산운용이 11.66%,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11.36%로 근소한 차로 뒤를 이었다. 이들은 11%대 수익률을 기록해 같은 기간 코스피 등락률(-1.46%)과 국내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1.87%)을 크게 앞섰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위 20개 국내주식형 펀드 중 세 운용사의 펀드가 14개를 차지해 올 한해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줬다. 4위를 차지한 베어링자산운용도 국내 대표 배당주 펀드인 '베어링고배당(구 세이고배당)' 펀드의 선전에 힘입어 5.51%의 양호한 수익률을 올렸다.
올 상반기 국내 증시는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강세였다. 6월 들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불거지며 급락했으나 외국인의 사상 최장 기간 순매수에 힘입어 지난 10월 2060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글로벌 변수와 외국인 수급 사이에서 악전고투하는 시장 분위기 속에 가치투자 운용사들은 튼튼한 방어력을 자랑했다.
한국투자밸류운용과 신영운용, 에셋플러스운용은 모두 1분기 중소형주 강세장에서 4~8%대의 높은 수익률을 챙겼다. 2분기에 시장이 급락하며 다른 펀드들은 수익률이 평균 7% 이상 하락했지만 이들 세 운용사는 나란히 0~-2% 수익률로 선방했다. 변동성이 적고, 잃지 않는 투자를 지향하는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부사장은 "펀드 수익률은 1분기 말에 고점을 찍었고 이후 수익률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며 "연초 중소형 가치주가 급등하면서 너무 오른 종목들을 정리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선제 조정한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이어 "펀드가 보유한 종목이 너무 올라 가격 매력이 떨어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 며 "최근 과하게 오른 종목은 줄이고 저평가돼 있지만 내년에 제자리를 찾아갈 종목들의 비중을 더 늘렸다"고 설명했다.
최광욱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상무도 "우리 펀드의 경우 중소형주보다 대형주 비중이 높다" 며 "대형주가 불리한 장세가 있었지만 기업 가치가 변화하고 미래에 구조적으로 산업이 성장할 만한 중국소비주, 헬스케어주 등을 선별해 투자해 좋은 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가치주 펀드들의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자금도 꾸준히 유입됐다. 올 한해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에서 8조원 가까운 돈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신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운용에는 각각 7600억 원, 5100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허남권 신영운용 전무는 "한때 가치주 펀드들이 부진하던 때가 있었지만 꾸준히 기다리면 결국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가치주 펀드들은 금리의 2~3배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며 "저금리·저성장 기조와 중장년층이 늘어나는 인구구조가 맞물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가치주 펀드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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