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민 금융부 기자 cmjang@hankyung.com
[ 장창민 기자 ]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금융지주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고민에 빠졌다. 고민은 우리투자증권·아비바생명·자산운용·저축은행 등 4개사를 묶어 팔기 위해 지난 16일 실시된 본입찰에 참여한 파인스트리트그룹의 ‘돌발 제안’으로 시작됐다. 파인스트리트는 우투증권과 우리자산운용 2개사만 살 경우 최고가인 1조2500억원 안팎을 내겠다고 제안했다. 4개사를 모두 살 때의 가격(1조1500억원 안팎)보다 더 비싼 값을 제시한 것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우투증권 등 4개사를 사는 조건으로 파인스트리트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다. 농협금융은 당초 4개사를 묶어 팔기로 한 만큼 이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의견은 분분하다. 금융권 일각에선 우리금융과 공자위가 굳이 ‘패키지 매각’을 고집해 최고가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서라도 높은 가격을 써낸 곳에 매물을 내주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이번 매각은 공자위가 아닌 우리금융이 주도하는 민간 ‘딜’인 만큼 ‘원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속한 민영화를 위해 기존 원칙대로 패키지 매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우투증권 등 4개사를 한꺼번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매각으로 전환하면 아비바생명과 저축은행은 팔 수 없게 된다. 또 원칙대로 패키지 매각을 진행해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패키지를 풀면 결국 재입찰을 진행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기존 인수 후보들이 원칙에 어긋난다며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서다. 논란이 커질 경우 ‘딜’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키를 쥔 우리금융 이사회와 공자위는 여전히 기존 원칙대로 패키지로 팔지,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개별 매각으로 전환할지를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물론 쉽게 결정 내릴 일은 아니다. 다만 복잡한 일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꼬인 일일수록 단순하고 원칙대로 처리해야 뒤탈이 없다”는 어느 금융권 고위 관계자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장창민 금융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