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통상임금 판결] 산업계 "3년치 소급분 '핵폭탄' 피했지만 임금상승은 불가피"

입력 2013-12-18 20:57
수정 2013-12-19 03:46
"기업들 매년 8조8000억원 추가 부담"
대한상의 "노사 자율원칙 유명무실"
중소기업 "고용·투자 위축 불보듯"


[ 최진석 / 양병훈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기업들은 “38조원(한국경영자총협회 추산)에 달하는 ‘핵폭탄’은 피하게 됐다”고 안도하면서도 “부담도 여전하고 임금체계 개편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으로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행 임금체계가 유지되는 가운데 1개월을 초과해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임금 상승이 불가피하다. 또 법원이 노사합의에 의해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키지 않도록 한 것이 무효라고 판단함에 따라 우리 사회에 ‘노사합의’와 ‘노사자율’의 원칙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투자위축과 고용감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등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기업들 “임금 상승 부담 크다”

18일 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는 일제히 성명서를 냈다. 경총은 과거 3년치 소급분에 대해 추가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통상임금 판단 기준으로 ‘1임금산정기간(1개월)’이라는 정기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김동욱 경총 홍보기획본부장은 “앞으로 산업현장의 임금 수준 및 항목 결정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대규모 노사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해 통상임금 법위를 ‘1임금산정기간(1개월)’ 내에 지급되는 임금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 판결에 따른 경총 추산 결과 중소기업들은 10% 안팎, 대기업은 25%가량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봉이 6287만5000원인 대기업 A사의 3년차 근로자는 법원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 산정 범위가 확대되면 연봉이 1359만6000원(21.6%) 인상된 7637만1000원에 달하게 된다. 중소기업 B사의 3년차 근로자는 연봉이 3085만원에서 3364만2000원으로 9.1% 상승하게 된다. 기업 부담액은 퇴직금과 사회보험 등 간접노동비용이 더해지면서 각각 25.8%, 10.7% 증가한다.

임영태 경총 경제조사본부 책임연구위원은 “산업계 전체로 보면 판결 후 첫해에는 13조7509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기업들은 이후 매년 8조8663억원씩 임금 상승 부담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도 이날 논평을 통해 “중소기업은 자금여력이 없는 만큼 추가 임금 지급에 따른 고용과 투자 위축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노사갈등 시작된다”

이번 법원 판결로 인해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노사갈등이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의는 “통상임금에 대한 기존의 노사합의를 무효라고 판단한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노사자율의 원칙이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했다. 경총도 “노사자치의 근간이 흔들림에 따라 내년부터 있을 임금 단체 협상과정에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3년치 소급분 지급에 대해서도 법원이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며 불허 입장을 표명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법원이 ‘근로자의 추가 임금 청구로 예상 외의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된 기업에 한해’라는 단서를 붙였기 때문이다. 즉, 현대자동차와 한국GM 등 상대적으로 많은 현금을 갖고 있는 대기업은 소송에서 질 경우 근로자들에게 3년치 소급분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와 경총 등은 “지금까지 노사 당사자가 합의해 결정한 임금을 존중하고 소모적 논쟁과 법적 다툼을 중단해야 한다”며 “노동계는 임금제도 및 임금체계 합리화를 위한 노·사·정 간 대화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진석/양병훈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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