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장기침체가 세계경제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 주목된다. 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서 “글로벌 경기호조와 주식시장 강세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는 ‘가짜 새벽’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일본 사례에서 보듯, 세계경제는 회복되는 듯하다가 다시 고꾸라지는 식의 어려움을 계속 겪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가 사실상 경기회복에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서머스는 장기침체를 예상한 이유로 미국의 경기회복은 주로 인구 및 생산성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금융완화나 개혁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또 저금리가 한계에 도달했으며, 물가하락으로 소비와 투자가 모두 미뤄지고 있는 것 등도 근거로 제시했다. 사실 돈을 무제한 풀어 경기를 살린다는 양적완화는 반짝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실물경기 부양에는 한계가 있고 불가피하게 버블을 만들 수밖에 없다. Fed가 축소 여부를 놓고 계속 갈팡질팡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라고 봐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도 미미하지만 다소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2.0%까지 떨어졌던 성장률은 올해 2.8% 안팎, 내년에는 3% 후반대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한다.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 600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다. 하지만 이런 회복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실제 경기가 2015년부터는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심지어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금융위기 후 가장 높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생산자물가가 14개월 연속 떨어진 것도 이런 우려를 더하게 만든다. 세계경기의 장기침체가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주가나 환율 같은 단기적 지표도 중요하지만 좀 더 멀리보는 장기적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