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가라앉은 주류 시장에서 담금주의 나홀로 ‘독주(獨走)’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담금용 소주의 매출을 살펴본 결과,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4.7%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주류 전체 매출이 2%, 일반 소주가 7%, 맥주가 3.7% 신장한 데 그친 것과 크게 대비되는 수치다.
이마트 소주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지난해 7.7%에서 올해 14.6%로 두 배 가량 늘어났다.
이처럼 담금주가 주류 인기 품목으로 떠오른 것은 ‘고(高)도주’에 속하는 소주가 최근 소비 트렌드에 따라 ‘자기만족형’ 소비 품목으로 발전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술에 대한 취향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소주 역시 DIY(Do It Yourself) 형태로 직접 담궈먹는 마니아 ‘주객’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가을 풍년으로 과일값이 10%~15% 가량 하락한 것도 담금주 급부상을 뒷받침했다.
전통적으로 봄·여름철 과일주 주재료로 쓰이는 매실은 올 봄 수확량 감소로 가격이 전년 대비 10% 가량 올랐었다. 이 영향을 받아 2분기 담금주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인 15.1%에 머물렀다.
그러나 가을 들어 사과 배 포도 등 과일 가격이 저렴해지자 3분기 담금주 매출은 72.2%로 크게 뛰었다. 4분기 역시 71%로 매우 높은 신장세를 나타냈다.
담금주 전용 용기도 올 1월~11월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의 두배가 넘는 121%를 나타냈다. 이마트는 담금주 매출이 늘자 인삼주, 일반 담금주 등 용기 종류도 지난해 5종에서 올해 10종으로 두 배 확대했다.
신근중 이마트 주류 바이어는 “과일주는 담금용 소주에 과일만 재워 놓으면 될 정도로 주조가 매우 간단해 최근엔 과일 궁합을 맞춰 장식용, 기호용으로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히 올해는 과일값이 저렴하고 술맛을 좌우하는 당도가 높아 과일주 만들어 재워놓기 좋은 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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