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차명 씨는 평생 사업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30년차 월급쟁이다. 그는 며칠 전 세무서로부터 ‘부가가치세 미신고에 따른 해명자료 제출 요청’이라는 영문 모를 안내문을 받았다.
세무서를 방문한 나씨는 담당 직원으로부터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이 돼 있었던 것. 더 큰 문제는 부가세 및 소득세를 신고한 내역이 없었고, 세금 납부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3년 전 고향 친구가 카드값 연체 등의 전력 때문에 신용도가 낮아 은행 거래를 할 수 없으니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 달라는 부탁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 별 생각 없이 친구를 도와준 게 화근이 된 것이다. 나씨는 명의만 빌려주었을 뿐 실제 사업은 친구가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사실을 입증할 방법도 없고 친구도 연락이 끊겨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나씨처럼 명의를 빌려주고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명의 대여는 다른 사람이 자기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거나 법인의 주주로 등재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을 말한다.
명의를 빌려주면 어떤 불이익이 있을까. 우선, 명의를 빌려간 사람이 세금을 정상적으로 내지 않으면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세금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 문제로 명의 대여자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세금 고지서를 받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세금을 못 내면 명의 대여자 재산이 압류되고, 계속 미납되면 압류 재산이 공매 처분된다. 또한 체납 사실이 금융회사에 통보돼 대출금 조기상환 요구, 신용카드 사용정지 등 금융거래상 각종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사업자등록 명의자는 소득금액 증가로 인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연금 수급 때도 소득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간주돼 연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무서운 건 형사처벌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세범처벌법에 의하면 명의를 빌려준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돼 있다. 또한 국세청은 조세회피 또는 강제집행 면탈의 목적으로 타인 명의로 사업하는 명의위장사업자를 신고한 자에게 신고포상금도 지급하고 있다. 지급액은 신고건별로 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현상기 < 이현회계법인 전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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