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국 경제 '가짜 새벽' 논쟁에 왜 휩싸이나…

입력 2013-12-15 21:51
수정 2013-12-16 03:58
사사분면 경제성과 큰 문제없어
체감경기 악화 등 속으로 곪아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특정국의 경제 성과를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실업률, 경상수지를 축으로 하는 사사분면의 모양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자주 활용되곤 한다. 마름모(◇)꼴로 균형이 잡히면 ‘긍정적’, 일그러지면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2%대 후반으로 회복되고 경상수지흑자는 63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로 안정되고 실업률은 3%대로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을 것이란 전망이다. 사사분면에 찍어보면 4대 거시경제목표 간에 비교적 균형이 잡혀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정책당국(한국은행 포함)이 내놓은 한국 경제의 모습은 내년에 더 나아진다. ‘이상적’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하다. 성장률은 4%에 근접하고 실업률은 3% 내외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로 오르고 경상수지흑자는 450억달러 내외로 줄어들어 각각 ‘D’ 공포(디스인플레이션)와 경상수지 흑자규모 과다논쟁을 잠재울 수 있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전망이다.

2014년 예측대로 한국 경제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면 정책당국자들은 공치사할 만하다.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일고 있다. 오히려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왜 비판만 앞세우느냐’고 반문한다. 일부 정책당국자는 ‘내 갈 길은 내가 알아서 간다’ 식의 고집스럽고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과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사뭇 다르다. 심지어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체감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시장은 활황을 보이는 세계시장과 달리 우리만 안 좋은 ‘디커플링 현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흔히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이라 부른다. 꽃은 활짝 피어야 아름답고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준다. 경제학에서 외부경제를 설명할 때 꽃밭을 자주 예로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인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감안하면 꽃밭을 만들 때 드는 사적 비용보다 사회적 비용이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증시가 살아나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증시가 활기를 잃어버린 지는 오래됐다. 올해 세계 증시는 평균 15% 이상 올랐으나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 수준보다 더 떨어졌다. 시장만이 아니라 증권사, 증권인, 그리고 증시 관련 이해관계자가 죽어가는 ‘쿼드러플 좀비화’ 현상과 함께 이제는 투자자마저 증시를 떠나는 ‘노마드’ 현상까지 일고 있다.

문제가 많다는 의미다. 성장률은 대표지수 함정에 걸려 있다. 부가가치 체계상 우리 경제는 전형적인 ‘역피라미드형’이다. 상위 3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호조에 힘입어 성장률은 올라가지만 대다수 기업과 국민은 그 밑에 있다. 지표와 체감경기 간 괴리가 심해져 지표를 토대로 추진한 경제정책은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물가도 그렇다. 최근 1년 한국 성장률은 올라가는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일고 있다. 한은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가 떨어지는 원인에 대해 민간에서 우려하는 총수요 부족이 아니라 원자재값 하락 등과 같은 공급 측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기준금리 변경과 관련해 이 논쟁은 아주 중요하다. 총수요 부족에 있다면 부동산 경기 등을 살리기 위해 금리는 내려야 한다. 반대로 공급 측 요인에 있다면 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지금처럼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원자재값만 오르면 물가가 올라갈 소지가 높기 때문에 인상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업률에 대해 국민이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다. 보다 엄격한 의미의 국제노동기구(ILO) 개념을 적용해 우리 실업률을 재산출하면 최소한 현 수준의 2배에 달해 미국보다 높을 것이라는 추계도 있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네오 러다이트(첨단기술 수용을 거부하는 반기계 운동)’를 전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경상수지흑자도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올해 경상수지흑자는 6%(GDP 대비)에 달해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회담에서 우리가 제안했던 ‘4% 룰’에 스스로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에서는 미국 등 경쟁국의 원화 절상 요구에 맞설 근거가 약해져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제는 적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한 때가 됐다는 의미다.

닭은 새벽에 울어야 한다. 한밤중에 울어서 ‘가짜 새벽(false dawn)’을 알리면 잠을 설쳐 더 오래 자야 하거나 일어나더라도 몸이 개운치 않다.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 여부와 관련해 ‘냄비 속 개구리의 교훈(boiled frog syndrome)’을 계속 경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