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경협엔 유화 제스처
G20 대표단 방문도 수용
[ 이호기 기자 ] 북한이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전격 처형한 지난 12일 우리 정부에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개최를 먼저 제안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보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어제 오후 북측에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 제4차 회의를 오는 19일 개성공단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해왔다”며 “우리 측은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동위는 지난 9월16일 3차 회의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당시 남북은 분기에 한 번씩 공동위를 열어 제도 개선 등 현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북한은 또 주요 20개국(G20) 및 국제금융기구 대표단의 19일 개성공단 방문 제안도 수용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기획재정부와 호주 재무부 공동 주최로 18일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G20 서울 콘퍼런스에는 호주 러시아 등 G20 소속 6개 국가 차관과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아시아개발은행(ADB)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30여명 규모의 대표단은 19일 개성공단에 가서 현안 브리핑을 받고 기반시설·입주기업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내·외신 취재진도 방북에 동행한다.
이처럼 북한이 대외적으로 유화책을 펴고 있는 것은 장성택의 처형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내부적인 상황과 달리 경협에는 적극적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외자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는 북한으로서는 개성공단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외부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일단 개성공단과 ‘장성택 처형’ 문제를 분리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은 장성택 관련된 부분은 내부 문제이고 개성공단과는 분리시켜서 원래 일정대로 지금 계속 추진해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