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락 총리의 승부수 "의회 해산…조기총선"

입력 2013-12-09 21:26
반정부 시위대는 거부


[ 강영연 기자 ]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사진)가 정국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대는 이를 거부하고 시위를 계속한다는 방침이어서 정국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잉락 총리는 9일 “정국 상황이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와 상의해 최대한 신속하게 선거 일을 정하겠다”며 “새로운 내각이 구성될 때까지 총리직은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회 해산에 대한 반정부 시위대의 반응은 차갑다. 농민, 노동자 등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고 있어 총선을 실시해도 민주당 등 보수 야권이 집권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반정부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수텝 투악수반 전 부총리는 선거를 통하지 않고 국민회의를 구성한 뒤 이들로 하여금 총리와 각료를 선출하자고 주장해왔다. 수텝 전 부총리는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은 이번 시위를 멈추기에 충분하지 않은 조건이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8일 야당인 민주당은 하원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사퇴했다. 100만명의 시위대를 목표로 ‘잉락 정부 전복을 위한 결전의 날’을 준비 중인 민주당이 시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총리의 의회 해산 선언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대는 9일 아침부터 대규모 시위에 돌입했다.

지난달 1일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을 위한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포괄적 사면안이 하원을 통과하면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처음 사상자가 발생한 데 이어 지금까지 최소 5명이 사망하고 289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국왕 생일을 앞두고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시위는 6일 반정부 시위 지도자가 또 한 번의 최후의 결전을 촉구하면서 다시 격화되고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