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기부의 유일한 조건은 '나누려는 의지'

입력 2013-12-09 06:58
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디자인 - <28> 재능 기부로 은퇴 후 삶을 풍요롭게 만들자


은퇴자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활용법을 배워 침체된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내용이 작년 가을 언론에 소개됐다. 수십년간 직장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사람들이 정보기술(IT) 교육을 받고 집 근처 전통시장의 떡집, 참기름집, 국수가게 등을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홍보하는 봉사활동을 한다는 사연이었다. 은퇴자들의 IT 재능 기부가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었다.

재능 기부란 자신이 가진 재능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다. 얼마 전부터 재능 기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무료 변론을 해주는 변호사, 인세 수입의 일부를 기부하는 소설가, 어려운 기업을 위해 자발적으로 포장지를 디자인해 주는 디자이너 등 전문가들의 재능 기부 미담이 자주 소개되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하다 보면 ‘나도 한번’이란 생각을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근데 내가 무슨 재능이 있나’라고 곧 망설이게 된다. 재능 기부를 하려면 뭔가 그럴싸한 재능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다.

그런 생각은 오해다. 재능 기부를 위해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나누려는 의지’뿐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IT 재능 기부를 하는 은퇴자들이 IT 전문가 수준의 재능을 갖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새로운 것을 배워서 남과 나누려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재능 기부는 은퇴 후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특히 이전 세대에 비해 기부처럼 의미 있는 사회참여에 대한 욕구가 강한 50대 베이비부머(1956~1963년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제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절반가량은 향후 1년 이내에 기부할 의사가 있고, 2년 이내에 자원봉사 활동을 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세대에 비해 2~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미 재능 기부를 시작한 베이비부머들은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는 운전이나 요리, 주택 수리, 아동 학습지도, 악기 연주나 연극 같은 공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운전이나 요리처럼 많은 사람들이 가진 흔한 재능이더라도 그것을 남을 위해 쓰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훌륭한 기부의 원천이 된다.

재능 기부는 은퇴자들이 경험하기 쉬운 사회적 고립을 피하는 데도 좋다. 50대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후 갑작스러운 역할 상실로 위축되기 쉽다. 하지만 1주일에 1시간 또는 한 달에 1시간이라도 남을 위해 갖고 있는 재능을 사용한다면 상실감이나 우울한 기분을 피할 수 있다.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재능 기부도 연습이 필요하다. 은퇴 후 삶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은퇴하면 이런 저런 재능 기부를 해야지’라고 미루지 말고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시작해보자.

박기출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